300여 기업 똘똘 뭉쳐 피와 땀 기술력 결집의 결실
윤 대통령 “우주강국 G7진입…2032년 달착륙선 성공 지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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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민간주도 한국형 우주발사체 성공은 ‘우주경제’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음이다. 이번에 다수의 민간기업들이 발사체 제작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데 이어, 2025년 예정된 4차 발사부터는 누리호 제작·발사의 주축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우주경제’ 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축이 됐지만, 4차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난데 대해서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며 “우주경제라는 것이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게 이식함으로써 커져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는 약 300여개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중 지난해 12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5t급 액체엔진 5기를 포함해 총 6기 엔진을 직접 제작하는 등 발사체 설계, 조립 뿐 아니라 발사 운용에도 참여했다.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발사체 설계, 제작 노하우와 발사 운용 기술 등을 이전하고 4차 발사부터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발사체 분야에서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이번 3차 발사에 탑재된 위성 8기 중 큐브위성(초소형위성) 3기를 스타트업 기업인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가 제작했다. 이들 위성은 기후관측, 우주방사능 측정, 지구 영상촬영 및 촬영 자세 제어시스템 검증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주강국 G7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 세계에 자체 제작 발사체와 자체 제작 위성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나라가 7개 나라 밖에 없다”며 “이번에 한국이 포함돼서 7개 국가이고, G7 국가에서도 미국, 프랑스, 일본 3개국 밖에 없는데 이는 우리가 우주 산업 분야에서 그야말로 G7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주과학이 모든 산업에 선도 역할을 하는 만큼 이제 전 세계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이번에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누리호는 예정된 고도 550㎞의 지구 저궤도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7기를 순조롭게 배출했다. 초기 개발 때 우주발사체의 성공률이 30%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누리호의 3차 발사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21년 1차 발사 땐 목표 고도인 700㎞까진 올라갔지만,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6월의 2차 발사와 이번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의 발사체 기술은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한 항공우주연구원 등 여러 관계자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2차 발사로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3차 발사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 발사를 통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시작인 것이다. 반복 발사를 통해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취지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이번 성공 자체가 한국 발사체 산업의 우수성을 웅변한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지만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누리호는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발사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효율과 관계없이 ‘튼튼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뜻이다. 누리호의 발사 비용은 ㎏당 3만 달러인 데 비해 미국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팰컨9은 ㎏당 2000달러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보자면, 아직까지는 상업위성 발사를 위해 누리호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누리호는 물론 누리호 후속기인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맡겠지만,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 없이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흔히들 ‘우주산업은 정치의 영역’이라고도 한다. 우주 산업 개발에 천문학적 돈이 들기 때문에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류의 첫 달 탐사였던 미국 아폴로 계획은 당시 소련과 우주개발 경쟁에 뒤졌던 미국이 반격 카드로 고안해 낸 것이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귀환시키겠다”고 공언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아폴로 계획은 이후 미국 우주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고, 반세기 뒤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민간기업까지 만들어냈다.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무줄처럼 당겨졌다 미뤄지기를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낼 차세대 우주발사체 계획도 차질을 빚어왔다. 우주항공청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뉴질랜드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도 설치된 우주항공청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우주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순수 민간 기업만으로는 벅차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우주개척을 향해 정조준에 나섰다. 정부는 2027년까지 누리호발사를 세 차례 더 추진하면서 독자적인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차세대중형위성(CAS500)3호, 2026년 초소형위성 2~6호, 2027년에는 초소형위성 7~11호를 누리호에 실러 우주로 보낼예정이다.
지난해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성공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이어질 한국이 달탐사 여정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2년 까지 10년간 약 2조134억언을 투입, 누리호보다 성능이 3배이상 뛰어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달 궤도에 투입할 성능검증위성을 발사하고, 2031년 달 착륙선 예비 모델을 발사한 다음 이듬해인 2032년 달 착륙선 최종모델을 발사할 계획이다. 달 착륙선은 달 탐사 로봇을 달 표면까지 실어 나르게 된다. 우리손으로 달 탐사로봇을 만들고 이를 착륙선에 실어 직접 달까지 쏘아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차세대 발사체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면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사실 한국과학자들은 정부지원의 전문기관이 없어 그간 국제회의에서 위축감을 느껴야 했다.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대한민국의 ‘우주 숙제’는 분명하다. 민간기업의 역할을 키우는 가운데 장기적·지속적 정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논의되는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출범하도록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 민간기업들이 우주를 향해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여·야가 나뉠 수 없다. 정치권의 진영을 초월해 한국 우주산업 생태계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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