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절반이 "기업이 살아야 국익·민생이 산다"
경제파트너 최우선 국가 미국, 다음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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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최근 서울경제가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등 복합 위기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긴밀히 협력해야 할 국가로는 응답자의 60%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과 중국 등 강국들의 기술 패권 다툼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경제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국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집단구조에서 이익집단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
‘국익과 민생에 가장 도움이 되는 집단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37.7%가 ‘기업’을 택했다. 이어 시민단체(15.2%), 공무원(12.9%) 등의 순이었다. 국회의원과 노조는 각각 6.4%, 5.6%에 그쳤다. 국민의식이 깨어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 기름가격 인상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등 다중 위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주체로 기업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민생 경제를 내팽개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놓고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권, 불법 시위와 임금 인상에 매몰된 권력화 된 노조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업의 신뢰는 높아지는 반면 정치권과 노동계에 대한 믿음은 저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특히 젊은 층이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20대(18세 이상)는 51.1%, 30대는 42.6%가 가장 도움이 되는 집단으로 기업을 꼽았다. 반면 노조라고 답한 비율은 20대 4.0%, 30대 4.3%에 불과했다.
경제파트너로 긴밀히 협력해야할 국가별 선택순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파트너로 가장 협력해야 할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59.5%가 미국을 택했다. 이어 중국(12.8%), 북한(7.7%), 아세안(6.1%), 유럽연합(5.9%), 일본(2.8%)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자국 이기주의 현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전기자동차·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의 공급망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이 파트너십에서 소외되는 느낌은 독도 영토권문제와 위안부처리 문제 등 우익정치인들의 과욕 및 지나친 국익우선주의 정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의 시장경제와 기업 친화 정책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 30.3%였고 ‘조금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 21.4%를 차지했다.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51.7%에 달했다.
학계의 한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요수소 부족, 미국의 투자 요구 등 급할 때는 기업에 SOS를 치면서도 정작 경제정책에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며 “윤석열 정부는 인재 양성과 규제 혁신에 나서 기업들이 다시 뛸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인재 양성’(28.6%)과 ‘규제 혁신’(28.2%)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언제나 내세우던 얘기인데 국민들의 시각도 같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도 10명 중 7명에 달했다. 반기업 정서가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렵던 반응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힌트가 여기에 있다. 기업도, 국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 호응해 기업 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게 새 정부의 핵심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관련 경험이 없지만 친기업 정책을 강하게 표방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경제 여건이 더 좋아질 것(51.7%)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 기업들은 부족한 정부 지원과 겹겹이 쌓인 규제 속에서도 최첨단 핵심 산업에서 훌륭한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세계 경제 강국들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불행 중 다행이도 반도체, 배터리, 철강, 석유산업 등 이미 확보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은 새 정부의 강력한 무기다. 이제 하루빨리 낡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이 다시 더 잘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권기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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