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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1 SK핸드볼코리아컵 여자부 용인시청-삼척시청 경기에서 정혜선(용인시청)이 유현지(삼척시청)의 수비를 피해 강슛을 시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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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운동부를 앞다퉈 해체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집계에 따르면 2010년 26개, 지난해엔 16개의 지자체·지방공공기관 소속 팀이 사라졌다.
대부분 역도·체조·핸드볼·볼링 등 비인기종목이다.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에서는 효자종목으로 국위선양을 톡톡히 하지만 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내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해 말 해체된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SK의 도움으로 운동을 계속하게 됐지만 대다수 지자체 운동부는 조용히 사라졌다.
지자체가 운동부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난이다. 선수연봉과 운영비 등으로 운동부 한 개팀에 지원되는 돈만 수억원이다. 생활체육지원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실업팀 해체를 부추겼다.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다. 지자체장은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비인기종목 보다는 주민들이 좋아하는 곳에 지원하는 게 다음 선거에 유리하다. 지자체장 선호도에 따라 기존 팀을 해체하고 좋아하는 종목을 육성하기도 한다. 스포츠팀을 지자체 생색내기용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지자체 비인기종목 운동부 해체는 다양한 체육 발전과 스포츠 저변 확대를 방해한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인기종목으로 쏠려 비인기종목의 선수난이 심화된다. 국가적으로는 국제대회 부진, 체육경시풍토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운동부 해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비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국가차원의 전략적인 육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들도 스포츠팀 운영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고 엘리트 체육과 지역 스포츠 간 교류 등 적극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비인기 종목팀을 창단해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홍보효과가 낮은 비인기종목은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육성하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에서 비인기종목 지원과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비인기 스포츠종목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인터뷰_ 강태구 핸드볼 코리아리그 사무총장
강태구(50) 핸드볼 코리아리그 사무총장은 비인기 스포츠종목의 설움을 온몸으로 겪은 산증인이다. 2006년 여자핸드볼대표팀 감독을 맡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핸드볼의 5연패를 이끌고 개선했지만 소속팀 부산시설관리공단에서 해임 통보를 받아 핸드볼계에 충격을 줬다. 이후 2008년 9월 창단된 정읍시청 핸드볼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재정난을 이유로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음은 강 사무총장과 1문1답.
비인기종목 감독으로 겪은 설움이 있다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여자핸드볼대표팀을 우승을 이끌고 돌아왔지만 국가대표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소속팀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올림픽 등 큰 대회에 나가는 건 국가를 위한 일이고 지도자로서 포부도 있는 건데 마음껏 지도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정읍시청 핸드볼팀은 2008년 창단했다. 당시 운동을 그만두고 직장인 생활을 하거나 마땅한 팀이 없어 뛰지 못하던 선수들을 직접 데려온 경우가 많았다. 예산부족으로 창단 3년 만에 팀이 없어질 때 아쉬움이 컸다. 그냥 해체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서 선수들이 좋은 팀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한동안 운영을 계속했다.
지자체 비인기종목 없애기가 계속되는 이유
재정적인 원인이 크다. 기본 재정이 적은 도시도 많다. 일부 지자체는 15개 이상 운동부를 운영하다 해체했는데 무책임하다. 정치논리도 작용한다. 단체장이 좋아하는 종목이면 좀 더 키우고 그렇지 않으면 없애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좋아하고 수효가 많은 사회체육을 더 육성하는 경향이 있다.
지자체 운동부 해체에 따른 문제는
운동부는 매년 수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든다. 기업은 홍보가 안 되는 비인기종목에 손을 대지 않는다. 지자체나 산하 공공기관은 안정적으로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요람이다. 지자체마저 등한시하면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운동할 곳이 없다. 비인기종목이 자꾸 사라지면서 제대로 된 선수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실력 있는 선수들은 인기종목으로 가버린다. 인기종목 한사람 연봉이 비인기종목 한 팀 1년 운영비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운동부 해체 대안은
직원 1000명 이상의 공공기관은 한 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지도자를 두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운영 안하는 곳도 많다. 이들이 운동부 육성에 나서야 한다. 국가가 올해부터 새로 팀을 창단하는 지자체에 지원금을 주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비인기종목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운동부 스스로 변화도 필요하다. 핸드볼의 경우 핸드볼 코리아 리그 등을 통해 엘리트 체육에서 프로 체육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1.13 (금) 15:52, 최종수정 2012.01.13 (금)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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