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5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호품벼 재배농가인 임해섭 씨가 발아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호품벼 육모상자를 가리키며 한숨을 짓고 있다. |
-
정부가 호남, 강원지역에 보급한 볍씨(못자리에 뿌리는 벼의 씨)의 싹이 트지 않아 본격적인 영농철 모내기를 해야 하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가들은 “볍씨가 이달 초 발아돼야 중순부터 모내기를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한해 농사를 망칠 판”이라고 토로하고 있다.5일 국립종자원 전남지원 등에 따르면 영농철을 앞두고 정부가 보급한 호품벼 품종이 제때 발아되지 않는 등 불량 볍씨인 것으로 확인돼 국립종자원이 3일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호품벼는 광주·전남지역 6833농가에 공급됐고 물량은 광주 130톤, 전남 582톤으로 모두 712톤에 이른다.
그러나 호품벼 가운데 상당수가 모판에서 일정하게 싹이 트지 않는 발아지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아율은 85% 이상을 보였는데, 5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피해 농가들은 호품벼를 대체할 볍씨를 미처 확보하지 못한 데다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이미 파종한 모판을 폐기처분하고 자가채종한 볍씨로 모판을 다시 설치하는 등 큰 혼란을 빚고 있다.
한 농민은 “발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체 볍씨도 구할 길이 없어 눈 뜨고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강원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일 양양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군은 국립종자원 강원지원으로부터 오대벼와 웅광벼 등 모두 91.5톤의 볍씨를 공급받아 농가에 보급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오대벼의 발아율은 40~50%에 머물고 있고, 일부는 아예 발아를 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발아가 돼야 중순부터 모내기가 가능한 상황에서 농사의 차질이 우려된다.
여기에 4월 저온현상까지 겹쳐 볍씨의 발아율을 더 떨어뜨렸고, 모판의 싹이 일정하게 자라지 않거나 잎이 하얗게 변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4월 중순 이후부터 상층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찬 공기가 유입돼 저온현상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특히 영동지역의 4월 평균기온은 11.6도로 평년 12.2도보다 0.6도 낮았다.
이처럼 정부가 보급한 볍씨의 불량이 속출하자 농정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국립종자원은 지난해 일조량 부족과 수확기 태풍, 잦은 강우 등으로 종자의 품질이 저하된 게 1차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볍씨소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5.09 (월) 14:03, 최종수정 2011.05.09 (월) 14:02
- [ⓒ 세계일보 & local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