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지방자치 2년차가 막 시작됐다. 각 지자체는 지난 1년간 지역에 꼭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본격 실천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이제는 이를 발전시키고 현장에 적용해 주민에게 실질적인 보탬을 줘야 할 때다. 로컬세계는 민선5기 2년차 정책 과제를 도시계획, 보건의료, 교육, 환경, 다문화가족으로 정하고 분야별 발전 방안을 짚어본다.
골목·구옥 집단촌 재개발 대상 아닌 문화재…인식 전환이 살아있는 도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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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디자인 전시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콘크리트를 사용한 가로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오래된 도시는 자체가 문화재다. 도시경관은 오랜 역사를 담으며 끊임없이 변화했다. 현대사회 도시는 마천루(skyscraper)로 대표된다. 건축기술의 발전은 도시전체 높이를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갑작스런 현대화 과정에서 고층건축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과거와의 단절로 도시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도시들은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규·기존 도로 확장, 자동차 중심의 도로정책, 고층빌딩 중심의 도시계획…. 지금도 초고층빌딩들이 앞다퉈 들어서고 오래된 도시가 품은 가치들은 개발대상으로 전락했다.
학계는 “골목과 상업·주거 단지 등은 철거 대상이 아닌 문화재로 인식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재개발이 아닌 지역주민의 이해와 문화재적 가치가 반영된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문화경관, 자연경관의 경우 보존·재생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이들 경관의 가치를 일반 유흥관광지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문화경관은 인접한 곳에서 숙식을 하는 정도로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 인사동·전북 전주 한옥보존지구는 보존 중심 정책으로 생활공간이란 기본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안동 하회마을과 제주 성읍마을 등에 적용된 보존정책도 주민의 실질적인 삶과 어우러지지 못하도록 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는 과거 정책보다 훨씬 다양한 접근과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의 실수를 다시 하지 않으려면 경관에 대한 정교하게 다듬어진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고 했다. -
도시가치 찾기… 지자체가 앞장서야
도시에는 작은 산과 하천, 문화재들이 많지만 대부분 무관심으로 망가지고 있다. 지자체가 이들의 가치를 발굴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경관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계획 중 도로계획이 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자전거 정책이 주로 레져용 또는 수변공간에 ‘작은 도로’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전거 중심의 도로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전거정책이 친환경정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 등을 대체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며 “자전거가 출퇴근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주민이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한편 관련 조례를 만들고 공공자전거를 도입해 대중교통과의 연계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통역사문화경관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의 고유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무공해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지자체가 문화재보존지구 지정, 문화유적 복원, 역사문화 재현단지 조성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때 지자체는 해당 역사문화경관은 물론 일상에서도 다양한 역사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는 하나의 역사문화경관에만 집중되는 관심의 폭을 주변지역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공간에서 지나치기 쉬운 경관을 역사문화경관과 묶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도시 전체 경관과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st 도시경관스카이라인 파괴한 ‘초고층 성냥값’
전남 여수시 ○○아파트는 시민은 물론 관광객으로부터 항상 지탄을 받는 대표적인 경관 불량 사례다. 시민들은 “산 정상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시내를 바라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해지고 뒤로 종고산, 마래산도 가려져 볼 수가 없다”며 “주변 주택들과도 전혀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 정상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기존 시가지에서 나타나는 유사 사례보다 경관 훼손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경관은 특정 사람·집단의 것이 아닌 공공재란 점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례는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안경관 형성·관리 차원에서 입지 특성을 고려해 개발행위를 규제하거나 바람직한 경관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지원 등이 필요함을 나타낸다.도심근교 가파른 야산 개발 불안
경기 용인시에 자리 잡은 △△공원묘지는 경사가 심한 도심근교 야산을 아래에서부터 정상부근까지 다 깎고 석축을 쌓아 만들어 주변 자연경관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폭우 등으로 인한 재해 위험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대규모 묘지의 고질적인 경관훼손 사례로 꼽힌다.
산지가 많고 장묘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다수 나타나는 사례다. 바람직한 산지경관 형성을 위한 묘지의 입지는 물론 주변환경과 조화로운 묘지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
한적한 저수지변 치솟은 그물망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용인시내 한 저수지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한 시민은 “골프를 치는 사람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밖에서 봤을 때 수려한 산과 저수지를 보기 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현재 난립하고 있는 골프연습장에 의한 경관훼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골프연습장의 폴과 그물망 등 구조물의 형태와 특징이 주변 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은 수많은 민원을 낳고 있다. 호수나 저수지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자연경관 자원을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은 지금?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 지자체 조화로운 개발 추진
미 국 = 도시계획고권(homerule power)에 의해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사업 인허가와 추진에 관한 권한은 지방정부(city, county)의 고유 권한이다. 주정부나 연방정부는 성장관리정책이나 도시정책에 관한 정책방침과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역할에 머문다. 정부는 지자체의 도시계획이나 도시개발사업이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정책방침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grant)을 지원하지 않는 등 인센티브와 패널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영 국 = 도시계획의 입안과 결정은 기초 지자체(Township, Borough, City, County 등)가 권한을 행사한다. 영국은 계획체제를 유연하고 단순하게 만들고자 2004년 법체제를 개편해 중앙정부가 작성하던 지역계획지침(RPG, Regional Planning Guidance)을 폐지하고, 계획정책 방침만 제시하도록 했다. 광역 지자체가 없기 때문에 지역계획은 지방정부가 아닌 회의체인 지역의회(Regional Assembly)가 수립하고 기초지자체의 도시계획에 대해서는 지역의 정책방향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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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전통적으로 도시·주택계획을 지자체의 고유권한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도시·주택 관련 법제에 잘 반영돼 있다. 1982년 지방분권법과 2004년 헌법 개정으로 지방정부의 사무범위 및 권한을 확대했다. SCOT(광역계획), PLU(도시기본계획), PLH(주택기본계획) 등 도시·주택 계획은 꼬뮌(꼬뮌연합체)이 수립·운영하고 대부분의 도시 및 주택사업은 지자체가 추진한다. 중앙정부의 주된 역할은 법제·재정마련으로 지원된 재정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관리 감독한다. 중앙정부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지자체가 일정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해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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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일 = 독일은 연방제 국가로 중앙정부가 주·도시에 대한 세부적인 간섭을 하지 않는다. 도시계획은 토지이용계획(F-Plan)과 지구상세계획(B-Plan)을 바탕으로 지자체가 수립하고 집행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지자체의 계획에 대해 국토정비의 기본원칙에 적합한지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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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본 = 1999년 지방분권추진일괄법을 제정해 토지이용, 도시계획에 관한 사무를 대부분 자치사무로 간주하고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일본은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국가의 이해와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국가와 ‘협의’하고 국가의 ‘동의’를 얻어 도도부현이 결정토록 했다, 지자체가 도시계획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7.01 (금)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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