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지방자치 2년차가 시작됐다. 각 지자체는 지난 1년간 지역에 꼭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본격 실천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이제는 이를 발전시키고 현장에 적용해 주민에게 실질적인 보탬을 줘야 할 때다. 로컬세계는 민선5기 2년차 정책 과제를 도시계획, 보건의료, 교육, 환경, 다문화가족으로 정하고 분야별 발전 방안을 짚어본다.
한교총,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시·도지사, 단체장 임명제가 바람직
전교조, 직선이후 학교 청렴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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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교권사수와 망국적 포퓰리즘 교육정책 저지 대국민선언,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안양옥(가운데) 한국교총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7일 직선제 방식인 교육감 선거를 폐지하기 위해 범국민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교육자치 일원화가 재차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행 교육자치제도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서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지방교육발전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로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처음 전국적으로 직선 교육감을 선출했다.
직선 교육감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16곳에서 선출되며 임기는 4년으로 2차례 중임이 가능하고 시·도의 교육, 학예와 관련된 교육규칙 제정, 조례안 작성, 예산안 편성, 결산서 작성 등 시·도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를 집행한다. 안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함께 뽑는 직선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있어 교육감 간선제나 임명제,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분리된 직선제 등을 제안했다.
안 회장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지방교육자치제의 일원화 움직임은 그동안 계속 있어왔다. 일원화를 주장해 온 정치권과 학자들은 교육자치는 궁극적으로 주민통제의 원리가 관철돼야 비로소 의미가 있어 교육자치와 행정자치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한다.
또 교육재정의 책임성과 교육투자 대비 효율성,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논란, 고비용 선거, 정치성 논란 등의 문제점이 있어 임명제, 정당공천제, 정당표방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등의 일원화 방안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찬반 여부여론조사 결과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찬성한 의견이 48.4%, 반대하는 의견이 27.1%로 나와 폐지 찬성의견이 2배 가까이 높았다. 또 지난해 10월6일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시·도지사들은 직선교육감 시대가 열린지 3달만에 폐지를 공식 거론했다.
시·도지사들은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해서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고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해 교육감은 시·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해당 시·도지사가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점이 되고 있는 교육자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헌법 제31조 4항은 ‘지방자치와 별도로 교육자치를 하는게 아니라 지방자치의 틀 안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 국 자치단체는 모두 집행기관이 그 보조기관인 교육국장을 임명한다, 미국은 주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시장 소속하에 교육감 또는 교육위원회를 두고 시장이 임명하고 있다.
박세훈 전북대 교수는 “러닝메이트는 교육과 정치가 분리돼야 하는데 선거를 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에 예속될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직선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채 안돼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시·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임명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이러한 직선제 교육감 폐지운동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에 의해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자치에 대한 일원화 방안이 계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교육자치의 근본취지에 벗어난 것으로 직선제 폐지는 교육이 정치화 돼 지속성이 사라지고 교육목적이 퇴색된다고 말한다.
일원화의 방안으로 나온 직접임명이나 정당공천제 등은 과거에도 제기됐던 방안으로 이런 논의는 과거로 회귀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치인들과 일부 학자들의 일원화 논의는 독립된 교육자치를 행정의 하부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의 지자체 흡수 논의는 교육자치에 대한 몰상식에서 벌어진 일이며 정치가 교육을 지배하려는 퇴행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교육의 자주성을 ‘교육이 정치권력이나 기타의 간섭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조직·운영·실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 고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직선교육감에 대한 교원단체들 설문조사 결과 상반된 내용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직선 교육감 취임 1주년에 대한 교사 687명의 의견조사 보고서에서 69%가 학교 청렴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촌지, 금품수수, 인사 비리 등 교육비리 척결 정책에 대해서는 6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불필요한 공문 축소 등 학교 업무경감 대책에는 71%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25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지난 1년간 학교 현장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이 54.2%였고 직선제 교육감 출범 후 가장 큰 교육계 변화로 교육정치화와 이념화 가속(29.9%)과 교육공동체 간 대립 심화(23.1%)를 꼽았다.
교육감 직선제 후 교육력 향상이나 교육환경 개선보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늘었다는 주장에 85.4%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서는 78.2%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제고사’ 교과부·진보 교육감 갈등 여전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주민직선 교육감 취임 1주년 교육혁신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족부터 김상곤 경기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곽노현 서울교육감. 올해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지난해에 이어 일부 교육청과 시민단체, 학부모들의 반발로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전국적으로 시행된 초·중·고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총 187명의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36명에 비해 249명이 줄어든 수치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평가에 앞서 학생들의 출결여부를 학교장 판단에 따라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대체프로그램 마련 불허와 미응시 결석 처리하라는 교과부의 방침에 어긋난다. 이에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의 출결여부 학교장 판단 처리에 대해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김 교육감은 지난 3월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결정 유보와 6월 교원능력평가 추진계획에 대한 수정 요구 거부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직무이행 명령을 받게 됐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근본적으로 시험을 강제하고 있고 학교장의 출결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현행 학업성취도 평가 재고를 촉구한다”며 교과부를 공개 비판했다. 진정으로 기초학력 도발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 두시간 안에 치를 수 있는 간소화된 학력평가 실시를 주장했다. 또한 현행 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래하는 획일성과 정답 중독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들과 학부모들은 시험을 거부하고 전국 11곳의 체험학습장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학부모·교육·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반대 시민모임’은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일제고사 폐지와 함께 체험학습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쟁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일제고사로 정규 수업이 일제고사 대비 문제 풀이식으로 진행되는 등 교육과정이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가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학생을 무한 경쟁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실정 맞는 ‘교육자치’가 학생·학부모·교원을 살린다교육과학기술부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직접 선출된 교육감들이 교육과정 개정 등 교육자치 권한을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방과후학교 운영에 학교장의 자율성을 보장한 내용을 담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편성·운영 기본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11일 서울시교육청이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해 교과와 교과외 영역을 구분해 권장 비율을 정하고 자유수강권을 활용한 수강에서도 교과외 프로그램 비율을 제시함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란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방과후 교육활동 혁신방안을 밝힌 서울시교육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교과부는 교과학습이 줄 경우 학생·학부모의 현실적인 사교육 수요와 다양한 요구를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방과후학교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평가와 예산을 통해 일률적인 규제 및 통제 위주의 일부 교육청 정책으로 학교 자율화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교과외 영역을 활성화 하는 방과후 교육활동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방과후교육 활동 중 교과 외 영역 프로그램의 권장비율이 초등 70~80%, 중등 40~70%, 고등 20~30%으로 높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보성향의 6개 시·도 교육감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주민직선 교육감 취임 1주년 교육혁신 공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교육자치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교육행정을 끝내야 한다며 사회적합의가 도출되고 정부로부터 독립한 민간독립기구를 구성해 지방 교육자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년 우리 주민 직선 교육감들은 교육 자치를 발목 잡는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행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육자치를 행정자치에 통합시키려 하는 등 퇴행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교육자치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 이수제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몰아치기 수업으로 귀결되며 학생들의 발달 연령, 학습의 균형이 무시돼 지·덕·체 전인교육이 위축된다고 주장하며 교육과정 개정에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주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교과부와 교육감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감들은 교원 징계권한이 교과부 장관 권한이 아닌 교육감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교원 징계를 직접 지시하거나 징계범위까지 지시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경기교육청의 경우 시국선언 교사 14명 중 2명만 경징계하고 나머지 12명은 경고 또는 주의 처분했다. 이에 교과부는 동일 사안으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시·도교육청 교사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경기교육청이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4일 직권취소하고 11일 관련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 재차 중징계를 요구하도록 직무이행을 명령했다.
교과부는 지방자치법과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한 업무에 관한 대통령령에는 시·도교육감의 징계조치에 대해 교과부 장관이 이를 직권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자치의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중앙정부의 권위주의적·관료적 관행이라며 반발하고 교과부의 이번 직권취소 조치와 직무이행명령의 효력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징계시효 만료일인 18일 이전에 방침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도 지난달 28일 교원능력평가 추진계획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교과부의 교원평가안 대신 체크리스트 방식 도입과 부적격 교사의 경우 자율형 연수를 내용으로 하는 평가안을 고수해 수차례 수정과 직무이행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전북교육청은 교원능력개발을 평가하는 것은 교육여건과 내용향상을 위해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일로 교육감 본연의 업무인 자치사무에 해당되며 교과부가 임의로 위법성을 판단해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 제117조와 지방자치법의 입법 목적과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월 초 교과부는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감의 평준화 지역 지정 요청을 거부했고 해당 교육감은 “고교 평준화 시행문제는 시·도 교육감의 고유권한”이라며 반발했다. 또 서울시, 경기도 교육청 등이 체벌금지와 관련된 조례를 발표하자 교과부는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간접체벌을 허용했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07.15 (금)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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