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옛날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한국이야기보따리 열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2-02-21 08:13:23
▲ 김기영 씨가 1부 공연에서 청개구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지난 20일, 치바현 나라시노시(習志野市)에 위치한 프랏츠나라시노시민홀에서 ‘세계로 잇는 민화와 거문고의 마음’(世界をつなぐ民話とコムンゴの心)이라는 주제로 한국전래동화를 중심한 한국문화공연이 열렸다.
나라시노시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전래동화 이야기공연은 박선영(朴善英) 씨의 구성진 거문고 소리로 문을 열었다. 박선영 씨는 6줄 거문고에 대해 설명을 하고서 ‘영산회상’ ‘신쾌동’ ‘출강’ 등 3곡을 연주했다. 두 번째 거문고 연주에서는 이창섭(李昌燮) 씨의 장구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매혹적인 한국 예술의 미를 홀에 가득 채웠다.
▲ 박선영 씨와 이창섭 씨가 거문고 장구를 연주하고 있다. |
이어 거문고와 장구소리를 대동하고 출연한 김기영(金基英) 씨의 한국전래동화는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여 ‘청개구리 이야기’ ‘모기의 유래’ ‘효심 깊은 호랑이’ ‘혹부리 영감’ 등 한국 옛날이야기를 거문고와 장구의 효과음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쳤다.
1부에서는 빨간 저고리를 입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지만 2부에는 하얀색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하얀 한복 모자도 한국에서 보내왔다고 자랑했다. 한국의 의상과 한국의 이야기가 잘 어울렸다. 한국에서 어머니 앞에 앉아 이야기 듣는 소년소녀들 같았다.
“캄캄한 밤 깊고 깊은 산속에 희미한 불빛 하나가 보였어요” 할 때는 물을 끼얹은 듯 관객들의 숨소리만 들렸고 혹부리 영감의 혹 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또 호랑이가 어머니를 위해 날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어머니가 죽자 뒤따라 같이 죽었다는 호랑이의 효심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한편, 김기영 씨는 1989년 일본에 첫발을 디뎌 한국어 강사와 한국민화 이야기꾼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우리의 전래동화로 일본 각지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일본인들에게 즐거움과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민화와 거문고의 마음' 행사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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