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겨울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1-10 16:40:47
고향의 겨울
이승민
그리움이 별처럼 내리는 타국의 하늘 아래
대지는 설백의 이불을 덮고 잠든 시간
나는 고향의 달빛을 붙잡아 아련한 추억의 등불을 밝힌다
논밭 길 고요히 비추던 그 밤의 달빛
형제들 웃음 끝마다 눈꽃 피어나고
문틈을 파고들던 문바람 소리 사무친다
도쿄 특파원 생활 어느덧 십 년
펜 끝에 담긴 세상은 넓어졌어도
내 마음의 나침반은 언제나 고향 하늘 아래 멈춰 선다
설풍 잦아든 제상리 마을 어귀,
눈을 굴리던 순수한 추억들
눈사람은 마을 빈터를 지키고
그 곁을 맴돌던 웃음소리 아스라이 들려온다
골목마다 번지던 구수한 군고구마 향기
노란 속살 사이로 피어오르던 뜨거운 김은
어머니 손때 묻은 아랫목처럼 다가와
타향살이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하늘 문 열려 쏟아지는 하얀 축복
송이송이 내려앉아 세상의 허물을 덮고
어지러운 발자국마저 고요로 갈무리되는 이 정적의 시간
모든 소음이 잦아든 순백의 평온 속에서
겨울은 그리움을 깊게 익히는 숨 고르기
봄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꽃이어라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