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화 '테이스트 오브 서울' 대표, 캐나다에 한국 음식 알리는 민간 외교관

전경해 기자

dejavu0057@gmail.com | 2025-11-25 11:02:04

캐나다 온타리오주 키치너 한식당 ‘테이스트 오브 서울(Taste of Seoul Express)’
2018년 Victoria St. S. 154번지에 첫 매장
2년 전 DTK 콘도 1층 ‘테이스트 오브 서울 익스프레스’ 2호점 오픈

[로컬세계 = 전경해 기자] 캐나다의 가을은 한국보다 보름쯤 앞서간다. ‘단풍국’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어딜 가나 타는 듯 붉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키치너 도심에 최진화(44)씨가 2018년 문을 연 한식당 ‘테이스트 오브 서울’을 찾았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이른 시간부터 주방이 바삐 돌아간다. 딤섬보다 더 인기가 좋다는 한국식 만두는 수작업으로 감당이 되지 않아 기계를 도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퓨전요리로 살짝 바꿔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최진화 대표

 최 대표는 인하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미술교사로 일하던 중 인천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제이슨 웨일런씨를 만나 가정을 이뤘다. 4년 후인 2011년 캐나다로 이주했다. 남편은 대학에 외국인 유치 프로그램 운영자로 취업했다. 그녀는 영주권이 발급되기 전까지 전업주부로 지내며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눴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기회가 왔다.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운영하는 점심 팝업(점심 시간에만 식사를 판매하는 임시 레스토랑) 제안이었다. 착하게 살면 하늘이 보고 사람들이 본다. 그러면 기회가 생긴다. 워털루의 빈센조에서 (Vincenzo’s)비빔밥 김밥 잡채 불고기 등을 요리, 판매했다. “친구와 이웃, 직장인들이 찾아와 응원해줬다. 자동차가 한 대뿐이어서 1주일에 한 번 남편이 음식을 날라주며 함께 고생했다. 2년쯤 지나자 매장을 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류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K푸드가 관심을 받을 무렵이었다. 

 2018년 첫 매장을 열고 주 2회 영업으로 손님을 맞았다. 다른 날은 기념일과 파티, 생일, 결혼식 등의 출장 요리와 지역 마켓 행사에 참여했다. 점심시간마다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사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코로나 팬데믹도 이겨냈다.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중에도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고객들이 식사할 때마다 도장을 찍고 무료 식사를 받을 수 있는 VIP 스탬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식에 뿌리를 두고 덮밥과 포케, 떡볶이, 스시, 한국식 닭튀김, 짜장면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1호 매장

 2년 전 문을 연 2호 매장 ‘테이스트 오브 서울 익스프레스(Taste of Seoul Express)’은 도심 한복판 번화가에 있다. DTK 콘도(60 Frederick St.) 1층에 위치해 비빔밥, 포케, 스시, 우동 등 한식 기반 메뉴를 할랄, 글루텐프리, 채식 옵션과 함께 초밥, 짜장면, 떡볶이, 삼각김밥, 만두 등 다양한 요리를 팔고 있다. 최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소스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고추장 소스, 조림간장 소스, 과일 소스 등 한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위한 양념이다. 매주 토요일 문을 여는 파머스 마켓은 주민들에게 한식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새벽 4시,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300~400개의 삼각김밥과 특선 요리를 준비한다. 장이 열리면 가장 먼저 동이 나는 곳이 최 대표의 부스다. 

2호 매장

 직원들은 가족과 같다. 초기 이민자나 유학생 등 국적을 초월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자립을 돕는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기적처럼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그녀의 꿈은 캐나다 전역에 테이스트 오브 서울 가맹점을 만드는 것이다. 한류 열풍이 몰아치면서 한식의 위상도 높아졌다. 최 대표는 캐나다 이주 후 폐암으로 투병 중인 시어머니의 회복을 돕느라 함께 살았다. 1년 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혼자 남은 시아버지와 지난해까지 함께 살았다. 치매를 앓던 시아버지는 온 가족이 함께 돌봤다. 최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시아버지의 끼니를 챙기러 가게와 집을 오갔다. 도우미가 없는 시간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그녀에게 가족은 세상을 살아갈 힘이고 안식처다. 옮겨 심어졌어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 잡았다. 무성한 잎과 큰 그늘로 이웃과 세상을 아우르는 한국인이다. 

테이스트 오브 서울 홍보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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