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인간학 원론

조원익 기자

wicknews1@naver.com | 2020-10-29 14:41:37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만드는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비아냥에도 굴하지 않고 연일 부동산 정책을 쏟아 냈다. 특히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관한 정책을 쏟아 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은 더이상 오를 수가 없다고 할 만큼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아파트 전세 물량에 덩달아 다가구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 전세마저 자취를 감춰 서민들만 불쌍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현 정권이, 정책 실패로 인해서 오히려 서민들이 눈물만 더 많이 흘리게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울러 아파트값은 얼마나 더 올라야 멈출 것인지도 묻고 싶다. 아파트 높이보다 그 값을 돈으로 쌓았을 때 더 높이 올라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힘없이 고개를 숙이던 이웃들이 생각나면 열불이 터진다.


가뜩이나 부동산 문제라면 열 받는데 이번에는 부동산에 의한 재산세 산출을 가지고 또 왈가불가하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번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표’라면 무엇이든 감수하고 나서는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들이라서 조금은 안도가 되지만, 그 주체가 되어야 하는 여당조차 흔들리니 문제다. 정부가 그 바람에 밀려 스스로 정한 기준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첫째는 공시가를 시가의 90%로 만든다는 것에 대한 딴지다.
공시지가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세금 부과를 위해서다. 일전에 아파트값이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세금은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이 많이 내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처사다. 비싼 것을 싸다고 공시가격을 책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정으로, 오히려 그걸 나무라야 할 국회의원들이 쌍수를 들고 나서서 반대를 하니 그게 참 우습고 기도 안 막힐 노릇이다.


둘째는 중저가 주택의 기준이 6억이냐 9억이냐다.
이 문제는 중저가 주택의 기준 이하가 되면 재산세를 절반이나 감면해 준다는 희한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상에 그런 법이 무엇을 근거로 왜 만들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원칙도 기본도 없는 희한한 착상이다. 정부의 기본 원칙이 가진 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면, 세율을 누진세율로 정하고 그에 따라서 세금을 부과하면 그만이다. 누진세율을 높이면 중저가 주택을 정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자면 1억짜리가 1%라면 5억짜리도 1%, 10억짜리도 1%가 아니라 5억짜리는 5%, 10억짜리는 10%로 책정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굳이 논할 가치도 없지만 사족을 다는 기분으로 쓰자면, 어떤 신문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져도 세금이 많이 나온다고 보도했다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공시가격이 시세의 90%로 책정되므로 그 역시 내려간다.


필자는 현 정권이 부동산 문제를 원칙에서 벗어나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글을 써서 발표했다.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은 규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공급을 늘려 수요를 맞춰야 해결이 된다고 수없이 말했지만, 현 정권은 규제 우선의 정책을 내놓는다고 비난해 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급을 늘리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경제원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휘감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 될 일이다. 특히 서울 시내 곳곳에 쓸데없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용적률을 객관적으로 재검토해서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든 주택에 적용하면,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런 필자와 현 정권의 기본 설정이 다른 마당에서 현 정권이 주장하는 대로 규제를 통해서 수도권, 특히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킬 요량이라면, 이번 정책이 현 정권 들어서 가장 현명하게 내놓은 부동산에 관한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당마저 흔들리고, 어떤 야당은 아예 가관이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백성들의 행복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그렇게 해야 ‘표’ 한 장 더 얻을 것 같아서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흠이 갈까 봐 그러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정신 좀 차리라고 덧붙이고 싶다.


많이 가졌으면 많이 내놓아야 하는 것은, 그것이 세금이든,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경제학을 비롯한 그 어떤 원론 보다 우선하는 인간학 원론으로,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그 원론을 어겨서는 안 된다. 인간학 원론을 어기는 것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상속세로 10조원을 내는 사람의 상속세를 깎아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이들과 하늘을 함께하고 사는 세상이다.

 
이건 올챙이가 개구리 걱정을 하고, 쥐가 고양이 걱정을 하며, 고양이가 호랑이 걱정을 하는 격이니, 도대체 비유할 말조차 생각나지 않는 허황된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라는 생각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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