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정치는 사라지고 권력만 덩그러니-법과 정의(Ⅶ)
마나미 기자
| 2022-08-31 15:02:19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는 0.74%, 17만4000만표라는 역대 최소의 득표 차이로 정권이 바뀌었다. 백성들은 새 정권이 제발 정의를 실현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더더욱 새로운 대통령은 스스로 법을 통해서 범죄를 소탕하며 정의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선 검찰총장 출신이니 백성들의 기대는 더 컸다.
그를 검찰총장에 선임해 놓고는 스스로 자신들의 발목을 찍는다고 그를 내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정권에 맞서 싸운 승리기에 더더욱 빛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백성들의 기대를 아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새로 여당이 된 국민의 힘은 백성들을 보는 건지 아니면 권력을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희한한 잣대로 연일 내부 권력투쟁에 빛바랜 모습만 드러냈다.
우연이라고도 하고 실수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고, 나는 이렇게 신임받고 있다고 드러내듯이 노출된 내부총질 문자 파장부터 야기된 문제는 심각하기 그지없다.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탄생한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법원이 정지했고, 당헌 당규를 개정해가면서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을 벌인 당사자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며 사퇴의 목소리가 높아가지만 쇠귀에 경읽기다.
그런 꼴 보면서 백성들과 정치권은 역시 남남인가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지금 권력 놀이할 때가 아니다. 백성들은 코로나19의 피해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닥쳐온, 치솟는 물가와 대출금리 앞에서 대책 없는 가계로 신음하고 있다.
정말 정치인이라면 나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그 해결책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 그건 살신성인도 아니고 정치를 하는 이들이 당연히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고 정권을 넘겨준 민주당은 자유롭다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곤두박질칠 것도 없이 추락한 경제와 더 이상 오를 수 없이 치솟은 집값, 그리고 고위 각료와 그 가족의 잘못은 잘못이 아닌 양 국론을 양분시킨 후폭풍에 의해 정권을 필연적으로 넘겨주고도 백성들에게 미안해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민주당 역시 백성들 보기에는 그저 안쓰럽기만 할 뿐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자신이 도지사까지 역임했던 지역을 떠나 인천으로 옮겨 가며 국회의원에 입후보할 때부터 방탄 입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더니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는 기소가 되어도 유죄 판결받기 전까지는 당직 유지라는 당헌 개정에까지 박차를 가하며 자당 내에서조차 당을 사당화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 등의 우여곡절들은 결국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빤한 이치이니 기왕이면 힘을 막강하게 실어서, 그 후보가 당선된 후에 대장동 문제 등으로 인한 수사에 불려 다니다가 화를 당하는 것을 최대한 방탄해보자는 속셈이라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행위라는 것을 백성들이 먼저 알고 있었다.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자는 속내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런 와중에 혹시 곁눈질로라도 백성들이 경제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며 고통받는 모습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권력을 향해 달릴 때가 아니라 정말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의 수렁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건지기 위해서 달려가야 한다.
그게 정치하는 사람의 의무이며 백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다. 그건 정치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가 어쩌다 하는 정치인이 나오면 잘한다고 할 뿐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법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해야 할 정치권의 핵심인 사법부의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자신들 편의를 위해서 법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정치권을 백성들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처리하기 위한 법 개정이지 백성들의 민생과는 상관없는 법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받아들일 백성들은 없다는 것 역시 그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하고, 권력다툼에 몰두하다 보면 민심은 언제 어디로 돌아설지 모른다. 정치권은 백성들 세금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배부르게 즐기고 있을 때, 백성들은 가슴에는 물론 실제 생활에도 피멍이 들고 있다. 제발 백성들에게 한 번만이라도 눈을 돌려주기를 바란다. 백성들은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날개를 원하지도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다. 제발 지금보다 더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백성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날에는 정치는 사라지고 권력만 덩그러니 남을 것이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고관대작들이 꼭꼭 처박혀서 성 밖 백성들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고 종묘와 사직을 지킨다는 구실로 자기들의 목숨만 부지하던 당시, 죽어가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직접 화친을 하기 위해 소현세자가 몸소 나가려고 하자, 해결책도 없이 세자가 오랑캐들 앞에 나가면 안 된다고 명분만 내세우는 대신들을 향해서 일갈하던 소현세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백성 없는 나라가 어디 있으며, 나라 없는 세자가 무슨 소용이냐?”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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