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생명의 숲, 공존의 풍경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09-22 21:10:43
‘고남 마을-2’는 단순한 풍경화의 경계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의 서사를 묵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가 표명한 "자연과 인간의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중심 생각을 이 작품 속에서 구체적인 조형 언어로 발현되고 있다.
캔버스에 펼쳐진 마을 풍경은 안정적인 구도 속에 공기원근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멀리 떨어진 산은 옅은 녹색조로 부드럽게 표현되어 아련하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하였다. 이는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처가 희미해지고 치유되는 과정을 은유하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 가까이에 자리한 마을과 나무들은 유채 특유의 질감과 색채를 살려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붉은 지붕과 노란빛의 나무들은 어두운 숲의 배경과 대비되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화면 하단을 가득 채운 마을의 모습은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듯 따뜻하고 평화로운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나무를 '상처 입은 생명'이자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언급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 작품 속 나무들은 단순히 풍경의 일부가 아니다. 화면의 중심부를 채운 잎사귀들은 생기 넘치는 노란색으로 빛나며, 마치 어둠을 뚫고 솟아나는 희망과 기쁨의 상징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이는 성경 에스겔서(에스겔 37:5~6절)의 '마른 뼈'에 생기가 불어넣어지는 기적과도 연결되며, 상처를 딛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강한 의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남 마을-2’는 치유와 회복을 넘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철학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가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소박한 삶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담아내며, 상처와 아픔을 넘어 서로 기대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붓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평화를 되찾고,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치유의 풍경이자,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깊은 성찰의 공간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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