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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던 날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사건을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서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 끝까지 좀 지켜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부했다.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라고요.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임명장을 주면서 말씀하신 대통령과 지금 현재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은 다른 사람인가?
‘반칙왕 조국’을 법무장관에 기용하고, ‘무법 추미애’를 후임으로 발탁한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맞서 ‘원전 조작’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을 법무차관에 앉힌 사람도 대통령이다. 권력을 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날을 봉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의 배후조종자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추 장관은 현재 사면초가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도 우군이 없는 형국이다. 오직 한 곳, 바로 청와대에 앉아 있는 문 대통령만이 그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중요한 제도가 검찰총장 임기제”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쓴 책 '운명'에서 검찰총장 임기제를 적극 옹호한 바 있다. 2년제인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키는 것이 자신이 소신이라고 했다. 그런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8개월이나 남은 윤 총장을 해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윤 총장은 야당의 극렬한 반대를 뿌리치고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사람이다. 자기 손으로 뽑은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이 해임하면 스스로의 판단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꼴이 된다. 법원에서도 추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윤 총장의 직무재개를 허용했다. 3권 분립은 민주주의의 골간이다.
고기영 법무차관은 법무차관의 직을 사퇴했다. 윤 총장 징계위 위원장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추 장관에 대한 분명한 항명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징계위를 밀어붙이고 있다. 만에 하나 추 장관이 오는 10일로 연기된 징계위에서 윤 총장 해임안을 의결한 뒤 청와대에 제출할 경우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뿌리쳐야 할지 진퇴양난의 결정적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추 장관을 단독으로 만났다고 한다.
법무부는 “추미애-윤석열 동반퇴진 얘기는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만난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미운털을 뽑아내기 위해 윤 총장만 해임할 것인가, 아니면 국면전환을 위해 다른 어떤 희생양을 국민에게 던져줄 것인가의 고민의 반영일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법원 판단이 나온 뒤 대검에 출근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일성을 터뜨렸다.
‘헌법정신을 수호하겠다’는 임기제 검찰총장의 공언을 문 대통령이 어떤 명분을 내세워 거부한 뒤 국민을 설득하며 윤 총장을 해임할 것인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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