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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청와대 신현수 민정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끝에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한 상황이 공개됐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의 핵심 부서이고 신현수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관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찰 인사를 두고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결정적 이유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자신을 ‘패싱’한 채 검찰 대검검사(검사장)급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이견 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박 장관과 신 민정수석간의 의견이 달랐다며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신 수석은 사의를 접지 않고 있다. 박범계 장관이 취임하기 전 검찰출신인 신현수 민정수석이 취임하고 검찰과 청와대가 화해무드로 가고 있는데 박장관이 윤총장의 인사안을 거절하자 검찰은 2월4일 백운규 산자부 장관을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하고 격노했다고 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청와대는 설명을 통해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해 정국을 뒤덮었던 추·윤 사태’가 올해에도 이어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청와대 구조상 민정수석실을 거치치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인사안을 재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조상 신 수석의 ‘패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들어와 인사안을 승인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직접 보고하고 이를 승인하는 것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반박이 뒤따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재가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의사결정 사항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법무부와 인사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 비서관은 지난해 검찰과 여권 간 갈등국면의 중심에 있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 갈등과정에서 자신과 대립했던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를 요청했다.
추·윤 간 갈등국면의 책임을 지고 김종호 전 민정수석이 물러났고 이명신 반부패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갈등국면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주요 민정라인 인사 중 이 비서관만 사의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교체되면 그 밑의 비서관들이 바뀌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나 다음 주 초로 여겨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번 사태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신 수석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관련 수사를 검찰이 법대로 할 수 있게 맡겨두고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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