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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수 이사장. |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동아시아의 경제 다이너미즘(Dynamism, 역동설)의 중심인 일본·한국·중국·대만·싱가포르 등은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유교문화의 특색은 대체로 높은 자녀 교육열·가정주의·근면성·높은 사회 모델 등을 들 수 있다.
솔제니친은 망명지 미국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들을 보고 나서 동방의 방문지 일본을 통해 구미제국의 몰락 이후에 다가올 신문명의 근원지를 찾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가 ‘문명서천설(文明西遷說)’을 주장한 바 있듯이 인류문명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해 왔다. 중국의 황하문명과 인도의 갠지스 문명, 이집트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의 4대 강 유역의 문명권이 그리스.로마를 중심한 지중해문명권으로, 이것이 서구라파로 확산돼 구주(歐洲)문명권을 탄생시켰으며 영국을 거쳐 대서양을 건너가 미국을 중심한 대서양문명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중심한 대서양문명은 난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여러 면에서 쇠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청교도정신은 사라지고 도덕의 퇴폐, 흉악범죄의 빈발, 마약의 확산, 가정교육의 붕괴로 인한 프리섹스와 동성애의 만연 등 ‘병든 민주주의’ 현상이 팽만해 있다.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확산됨으로써 기독교적 가치관이 붕괴되어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구분이 없어졌다. 심지어 TV의 ‘아침 토론’ 프로에서는 근친상간에 대한 시비가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솔제니친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공산주의의 위협보다 서구의 퇴폐를 더 위험하게 생각했다. 그는 ‘공산주의는 어느 한계에 끝이 났지만 서구의 퇴폐주의는 끝이 없다’고 했다. 그는 1978년 6월 8일 하버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서구민주주의의 병상(病狀)을 지적했다.
그 첫째는 법률만능주의로, 서구사회는 법률을 기초로 사회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선악의 기준이 법률에 의해 결정되므로 인간의 양심이나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 공간이 없다.
둘째는 자유의 남용과 상업주의로, 선행의 자유보다 악행의 자유가 번성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파괴적이고 무제한적인 자유가 주어져 포르노(Porno)와 공포영화도 자유라는 미명 하에 자유롭게 상영되고 있다.
셋째는 ‘정부는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기구요 국민은 행복 추구의 자유가 있다.’는 복지국가의 개념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복지국가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은 돈과 여가, 그리고 쾌락 등에 현혹돼 거의 무제한의 자유와 복지를 요구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서구민주주의가 이렇게 병든 민주주의로 전락하게 된 원인은 수세기 동안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물질만능주의 사고방식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르네상스시대에 나타나 계몽주의시대의 정치에 채용된 인본주의적 세계관이 정치.사회.과학의 기초가 되어 인간의 자유성을 선언하고 강제하는 ‘이성적 인본주의(인간지상주의)’로 인간중심주의를 낳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서구의 신을 무시한 휴머니즘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있는 ‘신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선악의 개념은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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