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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수 이사장. |
‘무릉도원’의 작가 도연명과 ‘유토피아’의 작가 토마스 모어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던 인간들에게 ‘이상향’으로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은 이 시대의 인류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것은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현실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해 준 것과 같다 하겠다.
늘 고통 속에 살면서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류의 공통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러한 이상 실현의 욕구에 따라 추구해 온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 즉 종교가 지향하는 천국, 과학이 추구하는 문명의 세계는 모두 인간의 내면세계에 잠재해 있던 본향, 즉 ‘본연의 세계’인 것이다.
성서에 보면 인간 시조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 아담의 후예인 인류는 지금까지 죄악과 불행 속에 살게 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에덴동산을 찾아가는 길이 구원의 길이요, 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오시는 분이 메시아라고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가 있어 힘 있는 자가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다. 원시시대에는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었고, 국가의 기틀이 형성된 후에는 가장 우수한 무기와 군대를 보유한 나라가 열국을 지배하게 되었다.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이끌어가는 국가를 군주국가라 하고, 힘이 국민에게 있고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 나라를 민주국가라고 한다. 군주국가에서는 왕과 그를 따르는 몇몇 사람들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지만,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평등과 자유를 누리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정치이념으로 채택한 나라가 많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의 대안이라거나 인류가 추구해야 할 완전한 정치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라는 이름의 독재와 ‘자본주의’라는 제도 하에 전횡되는 자본의 횡포,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탁한 이기주의는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이 되는 것처럼 무서운 죄악을 저지를 수 있다.
산업사회와 더불어 시작된 서구의 민주주의는 프로테스탄티즘과 어울리면서 윤리적 기반을 조성했고, 서구 자본주의가 복지화되면서 오늘의 민주사회를 형성하고 있지만, 청교도적 윤리가 사라지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오늘의 자본주의의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일부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주의를 접목한 민주사회주의 제도를 정착시켜 복지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문제 해결의 완벽한 제도가 아님이 드러났다. 오늘날 스웨덴을 비롯한 일부 복지국가들에서의 경제성장 둔화와 근로의욕 저하, 가정윤리의 붕괴 현상을 보면서 복지사회에 대한 인류의 소망은 요원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생산의 극대화에 그 가치를 부여했다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개인의 소유를 부정하며 평등과 분배에 가치를 두었다. 그러나 자유 없는 평등과 평등 없는 자유는 의미가 없으며, 생산되지 않는 소량의 분배나 생산량이 많아도 공정하지 않은 분배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 이론은 오랜 실험 결과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자본주의도 이론의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도전으로 많은 수정을 가하고 보완해 나왔으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정치체제로 변신해 가는 시점에 서 있다. 따라서 다시금 오늘의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과 그로 인한 병폐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인류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주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좋은 점만을 아우르는 공생(共生)·공영(共榮)·공의(共義)주의, 이름하여 삼공주의(三共主義)로 더불어 사는 만민형제주의가 아닐까.
함께 살아가려는 공생(共生)의 경제원리와 서로 도움을 주는 공영(共榮)의 사회원리, 이러한 원리가 자연스럽게 적용되도록 하는 공의(共義)의 가치관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생·공영·공의의 질서가 사회와 민족·국가·세계로 확산돼 나가면 세계는 문자 그대로 민족과 국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는 글로벌 패밀리, 즉 지구촌 한 가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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