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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 간나이에 있는 우다사카바식당에서 배우 오카자키 지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한국의 영화를 보면서 힌트를 찾는 일본의 영화배우가 있다. 그는 한국이 좋아 5번이나 오가며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여행을 했다. 날카로운 풍모와 산뜻한 캐릭터로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일본의 영화배우 오카자키 지로. 그는 18세에 영화배우로 데뷔, 54년의 영화인생을 통해 200여편의 영화, 50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만 30편이나 된다. 현재도 월 1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간 한 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일본 영화에서 200편 이상 야쿠자 두목역으로 등장, 시네마의 오야붕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가 요코하마에 레스토랑 ‘우다사카바’를 개업했다. 그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만나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기소개부터 부탁한다.
가고시마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8세가 되던 해 대학교수이신 아버지를 따라 도쿄로 이사해 소년시절을 보내던 중 평범 콘테스트에 입선했고 대학교에 입학하던 18세에 토에이영화사에 입사, 당시 유명했던 후카사쿠 킨지 감독에 발탁돼 1964년 개봉영화 ‘늑대와 돼지와 인간’에서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당시 최고의 배우이며 가수였던 ‘쓰루타 고지’는 최후의 제자로서 오카자키 지로를 꼽기도 했다. 아내는 올 6월 개업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고 장남 ‘오카자키 레이’는 미디어 웍스 S&D프로모션부 소속 배우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에 특히 인상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영화라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특히 기억이 생생하다. 첫 주연을 맡았던 ‘오오이 구모’를 비롯해 ‘메이지암흑가’, ‘방랑인의’, ‘무숙자인의’, ‘저 구름에 노래를 실어’ NHK대하드라마 ‘승해단’, ‘공포의 25시간’, ‘차가운 초원’, ‘아바렌보 쇼군’, ‘하쵸보리의 7인’, ‘소년과 금화’ 등 사랑과 눈물이 가슴 가득 감동했던 영화들이 지금도 기억에 살아 남아있다.
영화제작의 동기는.
한국의 영화를 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그동안 영화배우를 하면서 일본영화의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있음을 느꼈다. 마음이 따뜻한 영화가 사라지고 있는 일본영화의 현실 속에서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사랑과 감동이 넘치는 영화, 후손 대대로 교훈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일본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보고 싶은 생각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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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지로가 인터뷰를 마치고 부인 오카자키 아츠코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배우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은 의외로 생각되는데.
아내에게 선물로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한국인이 좋아서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요코하마 간나이에 지난 6월 ‘우다사카바’라는 간판을 걸었다. 누구나 편안하게 먹고 마시고 노래할 수 있는 식당으로 만들었다. 요코하마에서는 유일한 ‘장고나베’를 특선요리로 하고 있다. 작년 아베 총리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같이 마셨던 ‘다사이’라는 일본 전통술을 비롯하여 수십종의 일본술을 구비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식당에서는 식비만으로 일본의 다양한 명주들을 얼마든지 무료로 마실 수가 있다.
장고나베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장고나베에는 각종 버섯들과 다양한 야채들이 들어 가고 거기에 계란, 두부를 비롯해 닭고기당고, 돼지고기 등의 고기류가 들어 간다. 건강을 위한 스테미너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스모선수들이 먹는 찌개로 유명하다. 강한 체력을 위해 힘든 훈련을 많이 하는 스모선수들에게는 건강을 뒷받침할 보약같은 음식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장고나베이다. 장고나베를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다시 양념을 넣고 밥을 비벼준다. 이 비빔밥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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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사카바식당의 특선메뉴인 장고나베. 이승민 특파원. |
최근 시네마 천사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122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관 ‘다이고쿠자’가 작년 8월 폐관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 영화관은 1892년 개관해 3번의 화재와 1945년 미국의 원폭공습으로 완파되는 등 숱한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일본 6대 영화관에 들만큼 영화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극장이었다. 철거해야 하는 아픈 사연과 히비의 역사를 담아 영화 ‘시네마 천사’를 제작한 것이다. 지금 일본 전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시네마 천사’에서 나는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주는 협객역할을 맡았다.
지금도 왕성한 배우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이 뒷받침 되어 줘야 할 텐데.
건강이란 정신건강이 우선이라고 본다. 정신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해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과거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제나 현재가 중요하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청춘시절도 좋지만 지금이 더욱더 좋다는 생각에 현재를 보다 의미있게 해주고 충실하게 해준다. 지금도 영화일에 늘 바쁘지만 현실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일을 하는 생활습관이 건강을 유지해주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추억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한가지만 소개한다면.
고교시절 동급생이던 ‘하라다 마사히코’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장난삼아 늘 내 자존심을 건들였다. 그래서 날을 받아 결투를 벌이려 했는데 그 친구의 양보와 사과로 그만 둔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아무도 몰래 권투장에 가서 복싱훈련을 하던 친구였다. 19세로 세계 플라이급 왕좌에 첫도전 세계챔피온이 됐고 1964년에는 한 체급을 올려 밴텀급 세계챔피온이 됐다. 지금도 절친한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한국인에게 한마디.
로컬세계와의 인연을 통해 한국국민들을 만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한국인들은 정이 깊고 마음이 따뜻하다는 인상을 늘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빨리빨리라는 습관이다. 빨리 먹어, 빨리 와, 빨리 가, 빨리 말해 등등 한국에는 빨리빨리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하지만 성격이 조급한 민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빨리문화가 좋을 때도 있겠지만 너무 서두르다 보면 실수하기 쉽고 일처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빨리라는 말만 빼면 침착한 민족, 마음이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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