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정당’ ‘비리 정당’ 오명 벗고 ‘親李’체제 재건의 승부수
現정부 ‘5포 정권’이란 과도한 비판은 적절치 않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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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규 대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국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 대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스스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균열을 노리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나서면서 공약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선에서 패한 이후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당 대표에 올랐지만 그동안에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으면서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대표 의혹사건 외에도 ‘돈봉투 사건’과 ‘가상화폐 사건’ 등이 터지면서 피의자 신분의 당사자들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 잇단 비리 내홍을 겪은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정당’ ‘비리 정당’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섰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이대로는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따라서 이번 이 대표의 결정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나아가 총선 체제를 굳건히 다지겠다는 승부수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잇단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달리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것도 아이러니한 사건으로 받아 들여 진다. 이제 이 대표가 특권 포기 의사를 밝혔으니 민주당은 앞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할 명분이 없다. 하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을 면했다. 하 의원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 모두 국민과 같은 절차를 밟으며 구태와 절연해야 한다.
이 대표의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운운은 어떻게 보면 ‘계산된 용기’ 일수도 있다. 지난번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자 검찰은 이미 이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해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없을 것이란 계산에서 나온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체포 동의안 이 올라 올 때마다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어온 이 대표가 갑자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니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특권을 포기하면서 윤석열 정부 비방에도 톤을 높였다.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과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한 ‘5포 정권’”이라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압·구·정’ 정권”이라고도 했다. 일부 논객들은 야당 대표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거나 ‘정치가 통치와 지배로 대체됐다’는 식의 과격한 발언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여당과의 협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책임은 다수당인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연설에서는 의석수를 앞세운 일방적 법안 통과 등에 대한 자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가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거듭 요구하고 기본소득을 강조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시동을 거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 대표는 추경 사용처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역화폐예산 증액을 넣었다. 국채를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 회복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세수가 줄면서 올들어 4월까지 정부 총수입은 지난해 동기보다 34조1000억원 줄었다. 올 1분기 나라 살림 적자만 54조원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존 사회보장제나 현금복지에 대한 조정 없이 기본소득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돈 풀 궁리 대신 나랏빚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처리부터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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