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장실 한켠 옷걸이에는 늘 세 계절이 나란히 걸려 있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지금, 양복 상의 옆에는 산불 방화복과 민방위복, 비가 오지 않아도 어김없이 연두색 우의가 함께 걸려있다.
남구청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은 이후, 나는 마치 우산 장수와 양산 장수의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겨울이면 비를 기다리고, 여름이면 물난리가 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매일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는 하루를 바라며, 옷걸이에 걸린 세벌의 옷들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
최근,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하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불과 열흘도 되지않아 31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약 10만3천ha가 넘는 산림을 한 줌의 재로 만들었다.
울창했던 숲을 원래대로 회복하는데는 최소 20년, 생태계 전체가 되살아나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강풍을 타고 번지는 산불은 마치 전쟁터 같았고, 산과 삶의 터전이 송두리채 타들어가는 참혹한 광경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아픔이었다.
다행히, 부산은 이번 산불의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산불은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기에 우리는 늘 경계하며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남구는 2021년 이후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이는 산불감시원과 공무원들의 헌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높은 시민의식을 가진 우리 남구민 덕분이다.
그 덕에 910헥타르에 이르는 소중한 산림이 무사히 지켜졌고, 지금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남구는 개청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산림자원을 보전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다양한 특화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의 ‘100대 명품숲’에 선정된 황령산 편백숲, 예술공원이 조성 중인 이기대공원을 품은 장자산, 시원하게 뻗은 능선이 인상적인 홍곡산까지. 이 소중한 천혜의 자연을 온전하게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일은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책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진 ‘우산 장수와 양산 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처럼, 이제는 그 마음이 깊이 헤아려진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할 때마다, 마음 한켠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며, 그 모든 감정이 오늘의 내 삶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구청장으로서 나는, 늘 구민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간다.
큰 불도, 큰 비도 모두 우리 남구를 비껴가길...
이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며, 틈틈이 두 손 모아 빌어본다부디, 산과 불이 만나 재가 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남구의 자연과 이웃의 삶이 언제나 평안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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