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은 무덤 앞에서 평등하다
이승민
폭풍이 몰아치던 언덕의 거친 숨소리도
그곳에 이르면 고요한 한편의 시가 됩니다
치열했던 생의 겉치레를 하나둘 벗어던지면
우리는 결국 같은 무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은 저마다 다른 색의 꽃을 피우라 말하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정직한 보폭으로 다가와
가장 화려한 이름 위에도 평등한 이끼를 덮습니다
살아생전 걸쳤던 화려한 직함의 외투들,
서로를 가르고 밀어냈던 적대와 분열도
무덤이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벌거벗은 영혼은 역사의 거울 앞에 서서
꾸밈없는 민낯으로 마지막 평가를 기다립니다
우주의 시계로 보면 찰나에 불과한 삶의 시차는
흐르는 강물 위에 새긴 희노애락
심판대에 서는 날 남는 것은 사랑의 발자국뿐
무덤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질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머무는 이곳 또한 이미 평등한 대지
남겨질 유산은 누군가의 가슴에 심어둔
따스한 기억이어야 하기에.
죽음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현재의 내 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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