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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중학교 동창모임에 가서 한 친구에게 자네 딸은 언제 결혼하는가 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딸이 3개월가량 스팩도 괜찮은 남자를 만났지만 남자의 말투 때문에 헤어졌다고 대답했다.
딸이 사귀던 그 청년은 말할때마다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접두사처럼 쓰는 버릇이 있었고, 이런 남자를 믿고 평생을 같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자네 딸이 엄마 닮아서 자네 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말해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진짜 솔직하고 진심 어린 사람이 그런 말투를 입에 달고 살리는 없다. 실제로 솔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거나 진심 대신 사심이 더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다 보니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투를 쓰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친구 딸은 그런 사실을 간파한 것 뿐이다. 숫자적 나이는 어리지만 사고적인 측면에서 아주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청년은 또 다른 나쁜 버릇이 있었다. 자기보다 처지가 못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말을 함부로 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성품이 더욱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받고 싶어하는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관심을 받기 위한 행위들이 문제가 되곤 한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거짓으로 이야기하고 악의적으로 사람에게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얻는 관심은 사실 온전한 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사실은 본인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안다. 마치 목이 마를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순간은 갈증이 해소가 되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목마름은 이전 보다 더 심각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을 감추고 더한 가십을 찾게 되곤한다.
결국은 보여지는 자신과 실제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게 되고 이는 후에 인지부조화를 이루곤 한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해서 또 다른 자신을 만드는 안타까운 사람들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만들어진 사실들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하며 감정동화를 하기도 하며 만들어진 캐릭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들어진 캐릭터로 상대를 대하다 보면 갈등이 생긴다. 본인의 자아와 상충되는 면들이 발생하고 거짓된 연극은 결국 파국으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로 인한 주변인들의 상실감과 피해들이 생기고 인간관계에서 회의에 빠지곤 한다. 쉬운 예로는 가진 게 별로 없는 남자들은 엄청 돈 많고 강남에 건물을 몇 개 갖고 있다고 허풍을 떤다. 그리고 바쁘지도 않은데 혼자 바쁜 척 하고 자존심 싸움에서 인신공격까지 한다.
돋보이기 위한 거짓말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이 아닐까. 스스로를 좀먹는 허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박해하는 슬픈 사람이다. 거짓 인생은 한백년도 안되는 짧디 짧은 인생을 허구로 연출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거짓된 삶에는 자신의 삶만 있고 남의 삶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기 때문에 남을 끊임없이 괴롭히곤 한다. 자신의 거짓을 정당화하고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남을 괴롭힐 수 밖에 없다.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거짓말을 한 사람은 나중에 후회라도 하지만 거짓으로 산 사람은 후회와 반성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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