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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지금까지 18회에 걸쳐서 고조선과 고구려, 동·북부여의 건국과 구성 민족 및 그 영역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고조선은 왜 멸망했으며, 그로 인한 열국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었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고조선의 멸망과 열국과의 관계는 고조선의 적통을 누가 이어받았느냐의 문제가 됨으로 중요한 것이다.
고조선이 멸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기원전 109년 한 무제의 침략에 의해 기원전 108년에 불조선 즉 번조선이 멸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삼조선이 분리되어 힘을 잃게 된 것을 멸망의 기본적인 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삼조선이 분리된 기본적인 원인은 단군 사상의 붕괴로 볼 수 있다.
단군사상의 붕괴는 먼저 지도층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의하면, “기원전 4세기경에 불조선의 단군으로 조선후(朝鮮候)에 해당하는 기씨가 신조선의 대단군인 조선왕(朝鮮王) 해씨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도 스스로 왕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즉, 연합국이라고 하면서 누구는 대단군이라는 왕이 되고 누구는 단군이라는 제후가 된 것에 불만을 품고 연합국에서 이탈한 것이다. 그 결과 각각의 삼조선은 연합국일 때보다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하며 그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고조선을 이루고 있던 삼조선 중 가장 먼저 멸망한 것은 신조선으로 보는 것이 옳다. 신조선의 경우에는 기원전 200년경 흉노 모돈의 침략으로 급격히 위축된다. 게다가 제3장에서 논술한 바와 같이 동·북부여와 고구려가 기원전 3세기에 건국되고 그 세력이 급속도로 커짐으로써 멸망하는 것이니, 기원전 200년경에 멸망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조선의 다음으로 멸망한 것은 불조선이다. 불조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기원전 109년 한 무제의 침입에 의해 기원전 108년에 멸망한 나라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 고조선 역사를 끝났다고 본다. 하지만 ‘마한’으로 국호를 변경했을지언정 말조선은 멸망하지 않고 이후로도 오랜 세월을 존속하게 된다.
고조선의 멸망 원인이 단군사상의 붕괴라고 했다. 그것은 단군을 신의 아들이라고 여기던 절대적인 신앙이 무너진 것이다. 지도층에서 서로 왕으로 자처하고 나서자 이제까지 신성하게 여기던 단군도 일반 백성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사상이 백성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불조선의 기씨 왕이 대단군에게 반기를 든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만이 기씨 왕조인 기준에게 반기를 들어 몰아내자 단군도 별 볼일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상이 백성들에게 퍼져나간 것이다. 그러한 단군신앙의 붕괴가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과 융성의 촉진에 기여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고조선이 멸망했다고 하서 고조선이 아예 자취를 감춘나라가 된 것은 아니다. 본 칼럼 제5회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 권28에서는 ‘맥(貊)('설문(說文')에는 북방의 나라이며 치(豸)의 종류라고 하였다. 본래 맥(貉)이라고 쓰며 치를 따르고 각성(各聲)이다. 사고가 말하기를 맥은 동북방에 있으며 삼한(三韓)의 무리이고 또는 축륜(縮綸)이라고 하니 즉 륜승(綸繩)이다. 견사(牽絲)라고 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여기에서의 삼한은 중국의 동북방에 있다고 했으니 고조선의 삼한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조선이 삼한, 즉 세 개의 조선으로 이루어진 연합국이라는 것을 뒷받침 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에 ‘한(韓)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는데, 동쪽과 서쪽은 바다로 한계를 삼고, 남쪽은 왜(倭)와 접경하니, 면적이 사방 4천리 쯤 된다. 한에는 세 종족이 있으니, 하나는 마한(馬韓), 둘째는 진한(辰韓), 셋째는 변한(弁韓)인데, 진한은 옛 진국(辰國)이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반도 남단에 자리 잡았던 삼한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고조선을 이루던 맥족을 삼한의 무리라고 지칭한 것을 보면, 맥족을 한(韓)이라고도 지칭했던 것으로 결국 남쪽의 삼한과 고조선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은 고조선과 진국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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