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 생명의 움직임과 리듬을 찾는 과정이다. 내 작업은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산된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 몸의 즉흥적인 몸짓에서 탄생한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붓고 터치할 때, 형상은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그 과정 속에서 채움과 비움, 연결과 단절, 다채로움과 단순함이 어우러진다. 이는 마치 자연의 조화로운 흐름과 닮아 있다.
자연은 모든 생명을 품으며, 그 안에서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생명력이 증명된다. 그 움직임에는 생기에 찬 소리가 있고, 나는 그 소리를 그림으로 '본다'. 생명의 원초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때, 나의 붓질은 작업 과정 속에서 우연성의 희귀한 순간을 포착하기 시작한다. 정적인 대상에서 동적인 리듬을 찾아내며, 자아와 타자 사이에서 생동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추적한다.
최근에는 '산'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내가 그린 산은 현실 속의 산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상상의 산이다. 깊고 푸른 청색으로 산을 표현하며, 낮과 밤의 변화, 사계절의 순환, 그리고 생명의 소리와 리듬을 담아내고자 했다. 나의 목표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자연이 내게 주는 영감과 감동을 그림으로 전하고자 한다.

그림은 무형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행위다. 손에 잡히지 않는 상념이 붓질을 통해 화면 위로 스며들고, 어느 순간 그림 속으로 녹아 사라진다. 그림은 감정의 투영이며,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흔적을 남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지워지고 형상만이 남는다. 그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찾고, 그들이 보고 싶은 것과 느끼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나의 그림은 "무(無)"이다. 수많은 생각을 그림에 담아내지만, 상념은 작품 속으로 스며들어 소멸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유(有)"이기도 하다.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투영하며, 저마다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그림을 통해 평온함과 위안을 전하고 싶다. 자유로운 붓질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리듬이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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