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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준 남원학연구소장 . |
인간이 동경하는 유토피아 달나라 궁전을 지상에 재현 광한루원이 증·개축됐고 통일신라 남원소경, 조선시대 남원도호부로 문화융성의 시대가 서서히 시작됐다. 조선시대 남원출신 과거급제자가 120여명에 이르렀으니 그 시대 남원문화의 면모를 알만하다.
남원의 5대 고전은 세계적인 자랑이요 남원인의 자부심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에 춘향전, 흥부전을 자국어로 번역하고 오페라 무대에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또한 남원은 동학의 성지로써 동학경전이 발표된 곳이기도 하며 정유재란 때 일본에 끌려간 남원 도공은 일본 도자기 문화를 이룩했다. 백장암 삼층석탑은 우리나라 제일의 공예탑으로 국보 10호로 지정된 바 있고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보물로 호성암 마애불은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르네상스시대 미술작품들은 피렌체 사람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 피렌체는 비록 작은 도시였지만 마사초, 보티첼리, 다빈치 등 뛰어난 화가들의 무대였으며 예술가요, 과학자요,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와 당시 최고의 학자와 시인들이 모여 문학과 철학을 이야기했던 곳이다. 르네상스 천재라 할 수 있는 그들이 남겨놓은 작품 중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 몬테일 성당의 아담과 이브, 동방박사의 경배, 모나리자, 고통의 정원, 어깨 근육 연구, 다비드 등은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작품이다.
피렌체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1502년 무렵 피렌체 정부는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집채만 한 돌덩어리를 맡기며 피렌체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돌덩어리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가 성경 속의 인물인 ‘다비드(다윗)’를 조각하기로 결심했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던질 기회를 엿보며 신경을 집중하는 다비드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적을 무섭게 노려보는 눈빛, 단단하고 건강한 몸의 근육, 적과 맞선 다비드의 굳센 의지가 사방으로 뻗칠 듯 강하게 느껴진다. 피렌체 시민들은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가 만족스러웠다.
다비드는 작지만 강한 도시 피렌체를 대표하기에 알맞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피렌체 사람들은 다비드를 보면서 자신들의 도시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혜와 용기로 적을 물리친 다비드처럼 피렌체 시민들도 자신들의 도시를 지켜 낼 각오를 다졌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에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와 강한 정신, 그리고 피렌체 시민들의 자부심을 담았고 이 작품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걸작이 됐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려 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다빈치는 예술, 과학, 기술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었다. 이 세상에서 다빈치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일은 없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무엇이든 의심을 풀고 답을 찾으려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다빈치는 르네상스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가운데 하나인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평생 동안 연구했던 내용들이 담긴 보물 상자와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피부 아래에서 어렴풋이 드러내는 뼈의 윤곽은 해부학에 몰두했던 다빈치의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부분과 눈, 코 입을 따라 드리워진 그림자가 부드럽게 이어져 있어 마치 살아있는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이 그림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여인의 입가에 아스라이 걸린 미소를 보면 즐거운 것 같기도 하고 외로운 것 같기도 하고 살짝 비웃는 것 같기도 한다.
우리 고장에서도 만복사지에 있는 석인상을 ‘남원인의 미소’, ‘한국인의 미소’라고 격찬한 사람들이 많다. 만복사지는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의 요람이요 고려시대 대표적인 사찰이었으나 지금은 옛 모습을 찾을 길 없고 문화재로 지정된 보물 4점과 사적지로 지정된 것 뿐 국가적 복원계획은 생각지도 못한 문화유산이 됐다. 지금 광한루원 주변에 ‘예촌’을 만들어 예향의 면모를 가꾸고 남원의 르네상스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으나 정말 남원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들과 작가들의 참여는 적은 것 같아 아쉽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피렌체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어떠했는지 살필 수 있는데 시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원 사람들의 삶과 생각, 향토를 위한 정신은 무엇인가. 지역 침체 속에 허탈과 불신만 팽배한 사고가 만연했다. 단체장이나 지역 선량 모두가 열심히 뛰고 있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믿지 않으니 큰일이다. 서남대 존치문제, 남원역부지 역사공원 조성문제, 남원성 복원, 교룡산성 내 덕밀암 은적당 복원문제, 만복사지 복원문제, 김삼의당 기념관 건립문제, 지리산 세계문화유산 지정문제….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마치 등산인이 산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는 링 반데룽(Ring Wan derung)과 같다.
지난 18일 문화재청장이 방문하여 남원의 문화재 현황을 살폈다. 시에서는 남원성 복원문제와 도 지정문화재(용성관지, 교룡산성, 두락리 고분, 남원농악)를 국가지정 문화재로 해 줄 것을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재 보존과 가꾸기에 열과 성을 하지 않는 한 남원관광발전은 요원하다. 시민의 의지가 중앙정부에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지역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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