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에 비해 채장시간 40여분으로 3배 정도 더 걸려, 팔이 살짝 저리는 느낌”
대구 김수연씨 “몸 상태 봐가며 2주 후에 재 채장할 생각, 코로라 종식될때까지 참여”
신천지 성도들 거룩한 혈장공여 행렬에 전율, 하루 200명 안팎 참여
내달 11일까지 3주간 4000명 참여하는 대장정.. 교통비도 안 받아
이달초 질병관리청 긴급요청에 쿨하게 ‘세계적
16일 오전 9시 대구광역시 대구육상진흥센터 실내경기장.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원료인 혈장을 공여하기 위해 줄지어 채장대에 누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 소속 성도들의 모습은 ‘거룩함’ 그 자체로 다가왔다. 콧등이 시큰해지며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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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인 임춘환(54·경북 영천시)씨가 16일 오전 대구육상진흥센터 내 실내경기장에 임시로 마련된 채장대에 누워 혈장을 공여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안드레지파 제공 |
장소도 장소이거니와 하루에 한 곳에서 180여명이 채장에 참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던 것. 이곳에서는 앞으로 매일 같이 200명 정도의 공여자들이 21일 동안 계속 밀려들 예정이다.
이미 혈장 공여에 참여하기로 예약한 신천지예수교 성도만 연인원 4000명에 달한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30만원 상당의 교통비도 사양했다.
의료진과 보조요원들, 자원봉사자들도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취재진은 또 한 번 놀랐다. 대부분의 혈장 공여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종식을 위해 생업을 잠시 뒤로한 채 채장장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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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이 6일 대구육상진흥센터 내 실내경기장 임시채장장에서 혈장 공여에 참여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안드레지파 제공 |
현장에서 3시간 40분 만에 채장 일정을 끝내고 나오는 임춘환(54·경북 영천시·마늘영농)씨를 만났다.
혈장 공여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번이 세 번째 혈장 공여인데, 현재로서는 혈장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다량의 혈장이 있어야 혈장치료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강력한 항체가 있는 사람 만이 채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심하게 앓았던 저나 우리 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 오늘 나왔다”라고 말했다.
대구에 있는 한 신천지교회 소속인 임씨는 지난 2월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다음 날 입원했다. 키 165㎝에 몸무게가 80㎏ 정도 나가는 다부진 체격의 임씨는 타고난 건강체질 덕분에 꼭 한 달만인 3월 25일 퇴원했다.
채장에 어려움은 없었느냐고 묻자 임씨는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코로나 감염 이후 쉽게 피로감을 느껴 점심 식후엔 꼭 체력보완을 위해 낮잠을 자야 한다”며 “헌혈도 여러 번 해봤지만, 확실히 채혈시간이 10여분 소요되는 헌혈에 비해 채장 시간도 40여분으로 3배 정도는 더 걸리는데다 팔이 살짝 저리는 현상이 있고, 피가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이어 “국내에서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완치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 혈장치료제 생산에 애로가 많다는 얘기를 교단 본부와 뉴스를 통해 들었다”며 “다행히 이번에는 혈장 공여자가 매우 많아서 3주 정도 행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재 채장이 가능한 2주 후에 다시 한 번 이곳으로 올 계획”이라고 추가 혈장 공여계획도 살짝 드러냈다.
“혹시 지난 12일 보석으로 석방된 이만희 총회장의 선처를 바라며 자주 혈장 공여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그런 말씀은 신천지교회를 너무 모르시는 말씀”이라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전혀 없고, 한국 나이로 구순의 총회장님이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된 데 대해 말할 수 없이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한 때는 없지 않았다. 하지만 성경 말씀의 실천을 중요시하는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평범한 진리를 바탕으로 질병과 전쟁이 없는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추구하며, 저 자신도 교단 집행부가 전체적으로 코로나 종식을 위해 추진하는 혈장공여사업에 백번 공감하기 때문에 생업을 잠시 제쳐두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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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지역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인 김수연(26)씨가 16일 오전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혈장 공여를 끝낸 뒤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안드레지파 제공 |
현장에서 만난 또다른 혈장 공여자인 20대 후반의 취준생인 김수연(26·여·대구시 수성구)씨.
10대 후반부터 ‘왜 사는 가’, ‘왜 태어났는 가’라는 인생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신천지교회가 주최한 성경말씀 강연을 듣던 중 “천하보다 귀한 게 한 사람의 목숨이다”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입교를 결심했다는 김씨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숨지는 것을 보고 혈장 공여를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5일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고 다음 날 경산의료원에 입원해 거의 석 달만인 지난 6월 28일 퇴원했다는 김씨는 “저의 경우 열은 없이, 쥐어짜는 듯이 폐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폐가 굳는 증세’ 때문에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며 “누구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고통을 잘 알기에 저 자신의 몸이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적극 동참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김씨도 이번이 세 번째 혈장 공여다. 그는 2주쯤 후에 몸 상태를 봐가며 한 번더 참여하는 것을 생각 중이다. 그는 이만희 총회장님과 관련한 작은 소망도 여과없이 내비쳤다.
김씨는 “솔직히 말해 집단발병 초기에 교단 집행부를 비롯한 모든 교인들이 당황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일부 명단을 누락했다가 금방 다 제공했는데도 여러 가지 오해가 겹쳐 연로하신 총회장님이 구속되셨을 때는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었다”며 “이제는 석방되셔서 다행이며, 저도 앞으로 계속해서 혈장을 제공해 혈장치료제 제조에 도움을 주고 코로나 감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연인원 4000명이 참여하는 이번 신천지예수교의 집단 혈장공여는 다음달 11일까지 3주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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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준욱 국립보건원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과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 등 정부 인사들이 16일 혈장 집단공여 현장을 방문, 신천지예수교 관계자 및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안드레지파 제공 |
질병관리청은 이달 초 신천지예수교회 측에 “국내외 코로나19의 지속적인 발생과 효과적이고 신속한 혈장치료제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혈장 공여에 협조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으며, 신천지예수교 측이 적극 호응한 결과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4000명 참여’라는 대규모 집단 채장이 가능하게 됐다.
혈장은 몸속 혈액의 55%를 구성하는 오줌 색깔과 비슷한 누런색의 액체로서 여러 단백질, 이온, 무기질 등이 녹아 있는 용매이다. 원심 분리를 통해서 혈액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으며 물이 혈장의 90%를 차지한다.
한 사람에게서 한 번에 채장하는 혈장의 양은 500㎖다. 중증환자 1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2.5명으로부터 채장한 혈장이 필요하다.
채장후 2주가 지나면 특별한 신체변화가 없는 한 다시 한 번 혈장 채장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와 국립보건연구원이 공동으로 혈장치료제(GC5131A)를 개발 중인데, 상용화를 앞두고 임상시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기존 6곳에서 지난 12일 경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인천의료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충남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2곳으로 확대했다.
13일 현재 임상시험 전체 참여자 60명 중 11명의 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권준욱 국립보건원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과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 이주연 질병관리청 국장, 장평주 녹십자 전무 등 다수의 인사들이 혈장 공여 현장을 찾아 혈장 공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관계 의료진을 격려했다.
권 부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부터 신천지 신도분들 중 지난 2~3월에 확진되셨다가 회복한 뒤 혈장공여 의사를 표명해주신 여러분들과 현장에 나온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이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연내에 국산 치료제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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