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목표액 설정 반강제적 모금 주장도…의석수 많은 정당에 자금 밀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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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북도 관계자들이 도청 직원 302명이 기부한 기탁금 2878만원을 도 선관위에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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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 등을 상대로 정치기탁금을 받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가 기탁 받은 정치자금은 정당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게 돼 의석수가 많은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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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수천만원씩 모아 선관위에
각 지역 선관위는 관내 시·군, 경찰서, 소방서 등 공공기관과 농협, 산림조합 등 단체에 정치자금 기탁금제도 안내공문과 기탁서를 보내 정치자금 기탁을 독려하고 있다.
공문에는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면 관련법에 따라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10만원 초과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봉화군은 선관위가 보낸 공문을 내부 전산망으로 전달하고 직원들이 동의하면 봉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25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모금했다. 영주시도 현재 2000여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모은 상태로 20일까지 모금을 계속할 방침이며 경산시도 3146만원을 모았다.
이밖에도 전북 익산시 3185만원, 정읍시 3115만원, 완주군 2831만원, 경남도교육청 2260만원, 전남 함평군 2100만원, 경기 포천시 1961만원 등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앞 다퉈 직원들이 모은 후원금을 선관위에 전달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강제성 있다” 의혹제기
정치후원금은 자발성을 전제로 모금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강제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는 공무원에 대한 정치후원금이 강제 할당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공무원노조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에서 추진하는 정치후원금 기탁과 관련해 지역 내 일부 지자체가 공무원들에게 봉급에서 일괄공제, 실과별 할당·점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 기탁을 강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정치후원금 모금 사례는 구·군 기관별로 대형 현수막 게시, 기탁금 기탁서 서식 발송 후 봉급에서 일괄공제, 각 실·과별 담당자를 정한 후 반강제적 모금 등이다.
여승선 본부장은 “조합원의 증언에 의하면 (정치후원금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있었다”며 “공직사회에서 기관별 목표치를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자체가 공무원들에 대한 압력이며 모금운동이 반강제적으로 추진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특정정당에 대한 기부행위는 공무원법 위반으로 철저하게 탄압하면서 선관위가 주도하는 정치후원금을 반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정치후원금은 정당 의석수에 비례해 배분되는 만큼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특정정당에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시선관위는 “시선관위와 각 구·군 선관위는 깨끗한 정치문화 확립을 위한 소액다수 정치후원금 기부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협조공문을 발송한 적은 있다”면서도 “원천징수동의서 발송, 후원금모금 우수 지자체 포상 운운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
선관위별로 실적평가…모금경쟁 과열
정치자금법 제33조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지시를 내렸거나 직원이 돈을 내라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불법이 된다.
선관위가 일선 시·군 선관위별로 정치후원금과 기탁금 실적평가를 하고 있어서 후원금 모금 경쟁이 과열되는 것도 문제다.
한 지역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마다 일정한 목표액을 정해서 정치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인근 선관위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어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하는 실정”이라며 “선거를 관리감독해야 할 구성원들이 정치자금을 모으고 다녀야 하는 점이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0만원 이하 소액 정치후원금을 기부자에게 전액 되돌려주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들은 10만원 이하의 후원금을 내더라도 나중에 되돌려 받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만큼 세금을 적게 거두니 국고에서 정치인의 후원금을 대주는 셈이다.
한 군청 공무원은 “매년 연말이면 선관위 직원들이 방문해 정치후원금과 기탁금을 요구하는데 연말정산 후 100% 환급받을 수 있어 별 뜻 없이 그냥 정치후원금을 기탁하고 있다”고 말했다.로컬종합 = 박형재·이창재 기자 news34567·LCJ007@segye.com
- 기사입력 2011.12.02 (금) 15:36, 최종수정 2011.12.02 (금)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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