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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27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도지사 접견실에서 지방재정 조기집행에 공로가 큰 우수기관과 부서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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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실시하는 재정 조기집행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낮고 지방재정 악화, 부실시공 우려, 대기업 특혜 등의 문제점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들도 조기 집행의 단점을 지적하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재정 조기집행은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이유로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는 정부 지침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올해 가용예산(공무원 인건비, 연금 부담금 등 제외)의 60%를 상반기에 사용한다.
재정 조기집행 지자체 재정악화 불러
정부가 독려하는 재정 조기집행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재정상황을 악화시킨다. 해마다 각 지자체의 재정 이자수입이 수십~수백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조기집행 인센티브는 손실액의 ‘쥐꼬리’만한 수준인 수억원에 불과해 ‘손해보는 장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자체 재정운영은 더욱 팍팍해진다.
실제 조기집행이 처음 시행된 2009년 전국 160개 지자체의 이자수입 감소액만 2321억원이었다. 246개 모두 대상으로 설정하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남도는 재정 조기집행을 시작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이자수입이 800억원 줄어들었다. 2008년 463억원에 달했던 이자수입은 2009년 19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126억원으로 감소했다.
강원도는 2008년 170억원의 이자수입을 올렸다. 조기집행 첫해인 2009년 5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0년 37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30억~40억원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조기집행 3년 동안 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연간 100억원을 낭비한 것이다.
충북도도 상반기 조기집행을 한 이후 3년 동안 총 236억원의 이자수입이 감소했다. 2008년 130억원이었던 이자수입은 2009년 69억원, 2010년 50억원, 2011년 35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이 기간 충북도가 정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얻은 인센티브는 9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지시에 지자체가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자수입이 줄면서 재정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자수입으로 충당하던 기존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폐기하고 있다. 이자비용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남도 관계자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했지만 이자수입 감소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정부가 이자수입을 전액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집행 지자체 빚쟁이 전락
조기집행으로 빚더미에 오른 지자체도 발생했다. 지난해 9월22일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6월까지 조기집행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지자체는 모두 65곳이다. 이들 지자체가 빌린 총 금액은 11조9440여억원으로 이자만 521억2800만원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지방세와 재산세 등 하반기 세입을 담보로 하는 일시 차입금을 사용했다. 원금은 하반기에 갚지만 이자는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다. 정부가 은행이자 중 일부를 지원하지만 이자 절반에 해당하는 255억4200만원뿐 나머지 265억여원(51%)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재정악화의 요인이 되는 셈이다.
65곳 중 서울시가 6조923억(원금 6조800억, 이자 124억)으로 일시 차입금이 가장 많았다. 대전시(1조86억)와 인천시(1조49억)가 그 뒤를 이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경기도 화성시가 가장 많은 돈(1616억)을 갚아야 했다. 인천시와 화성시는 재정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수십억원의 이자도 아까운 실정이다.
정부의 이자보전율은 2009년 1%, 2010년 2%, 2011년 3%로 조금씩 높아졌다. 하지만 은행이자 평균에도 못미쳐 지자체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연도별 은행평균 이자율은 2009년 3.63%, 2010년 3.54%, 2011년 3.98%로 정부 이자보전율보다 높았다.
서울시는 2009년 3조8600억원, 2010년 2조2200억원을 빌려 각각 59억원, 64억원의 이자가 발생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이자 보전액은 16억과 33억원뿐이다. 나머지 이자는 주민혈세로 충당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추진한 정책인데 손해는 지자체들이 보고 있다”며 “조기집행으로 재정이 악화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하루빨리 중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건설업체 호재 아닌 악재
지자체가 재정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조기집행에 나서는 데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재정을 조기 투입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대형 토건사업에 집중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기집행 효과가 큰 시설비, 재료비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 지역건설업체들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조기집행으로 인한 상반기 공사 집중에 대해 지역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상반기에 공사발주가 집중되면 자재, 인력 등이 풍부한 대기업이 유리하다는 게 지역건설업체들의 입장이다. 여러 공사를 동시에 발주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지역건설업체에게는 호재가 아닌 악재인 셈이다.
실제로 지역건설업체들은 공사발주가 몰린 상반기에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웃돈을 주고 구하는 현실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본력이 약한 지역건설업체들이 공사 물량이 늘어난 상반기에 수주실적이 신통치 않은 이유다.
게다가 수주를 하더라도 높아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상반기 집중된 물량으로 하반기 일감이 끊겨 직원들 월급이 밀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 지자체들이 실적 쌓기에 급급해 공사물량을 한꺼번에 발주하면서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물론, 관리감독에도 소홀하다. 부실공사가 우려된다.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김모씨는 “2009년 이후 재정 조기집행이 시행된 이후 하반기에 관급공사를 수주한 적이 드물다”며 “상반기 일감이 몰려 관련 공무원도 눈코뜰새 없이 바빠 관리감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부실공사를 우려했다.
지난해 2월24일 전북 진안군 공무원들이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지방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회의를 열고 추진대책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 너도나도 조기집행 나서
정부는 ‘경기둔화 최소화’를 이유로 올해 총 재정집행 규모 276조9000억원 중 60%에 해당하는 166조1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방침이다. 특히 4월 이전 재정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도 정부지침에 따라 올해 가용예산 중 60%를 상반기에 사용한다. 일부 지자체들은 조기집행 부작용을 이유로 반발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조기집행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전체 예산 11조5900억원 중 공무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가용예산 6조4911억 가운데 약 4조원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한다. 상반기 중 1~4월에 재정을 집중 투입할 예정으로 정부정책과 비슷하다. 조기집행 재정은 일자리 창출,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 등에 집중 투입한다.
시는 재정조기집행 상황실을 조성해 각종 집행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등 예산 투입의 신속성을 꾀한다. 재정 조기집행을 착실히 수행하기 위해 시와 자치구·군, 공사·공단의 추진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충북도는 조기집행 대상 재정 2조8365억원 가운데 60%인 1조7019억원을 상반기 조기집행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조기집행액 1조3374억원보다 3645억원 늘어난 규모다.
광역단체 뿐 아니라 기초단체에서의 추진발표도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4093억원, 강원 평창군은 1173억원, 양양군은 735억원, 경북 경주시는 2938억원, 경남 고성군은 1800억원을 상반기 조기집행한다.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2.01.13 (금) 16:31, 최종수정 2012.01.13 (금)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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