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풀린 공직사회
4.11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연초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한 다짐이 무색할 정도다. 일부 공무원들은 선거판 줄서기에 한창이며 지방공무원의 비리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제주지역 휴게텔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서는 전국적으로 20여명의 공무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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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남 밀양소방서 회의실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청렴실천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각 지자체 등 관급기간이 연초 청렴실천을 결의했지만 공무원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4.11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일부 단체장들은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같은 정당 소속의 후보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방공무원들도 여·야 예비후보들에 대한 남다른 검증(?)을 펼치고 줄서기에 한창이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 단골 메뉴처럼 나왔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은 이번 선거에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방정가 분위기에 양건 감사원장이 제동을 걸었다. 양건 감사원장은 10일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에 편승한 줄서기·무사안일 등 기강문란 행위와 이권개입 행위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양 감사원장은 자체 감사 책임자 169명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원에서 개최한 ‘2012 감사관계관 회의’에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예정돼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와 무사안일 행태 등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 ‘공직기강 다잡기’ 기획감사 나서
이날 감사원은 공직사회의 위법·부당행위와 단체장 및 고위직 공무원의 비리를 차단하는 기획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지방공무원의 부패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 양천구를 비롯한 3개 지자체 공무원들이 수뢰혐의로 구속되거나 체포됐다. 하루 동안 3개 지자체 공무원이 수뢰혐의로 영장이 청구되는 진귀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서울 양천구청장 비서실장 H씨는 승진대가로 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충북 청주시 공무원 A씨는 도로부지를 수용하면서 땅 주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광주시 서기관 2명은 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의 오염도를 낮추는 시설인 총인처리시설 입찰비리와 관련해 사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영장이 청구됐다.
경남 지역 소방공무원들이 승진심사에서 상급자에게 돈을 상납하는 관행적인 비리도 검찰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승진 청탁 뇌물에 성매수까지 드러나
창원지검 특수부는 승진심사과정에서 부하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정모 전 경남 소방본부장을 15일 구속 기소했다. 정 전 소방본부장를 비롯한 고위간부에게 돈을 건넨 부하직원이 47명에 달하는 등 지방관가의 부패사슬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북 익산시 공무원 148명은 공무용 골프회원권을 무단 사용하다 적발됐다. 감사원 감사결과 2008년 10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익산시 전·현직 공무원 148명이 골프회원권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비위공무원이 공직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화한 지자체 규칙에도 음주운전과 성매매 사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주의 한 휴게텔에서 성을 매수한 700여명 가운데 공무원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역 공무원뿐 아니라 제주를 방문한 지방공무원들도 명단에 오른 것으로 밝혀져 해당 지자체가 경위파악에 나섰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연동 변종 성매매업소인 N 휴게텔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2개월간 모두 700여명이 다녀갔다. 경찰은 이 가운데 45명을 추려 성매수 의혹 수사대상자로 확정했다.
문제는 경찰이 성매수 혐의자로 지목한 45명 가운데 21명이 공직자로 밝혀진 것이다. 이 중 제주지역 공직자도 12명이 포함됐다.
각 지자체마다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이 연중 실시돼도 공무원들의 음주운전 적발 사례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 강릉시청의 4급 공무원인 A씨는 7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경찰이 현장에서 A씨의 혈중 알콜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수치인 0.21%가 나왔다.
2010년과 2011년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서울 시 공무원 10명 중 6.5명은 경찰조사에서 신분을 허위로 작성했다가 행정안전부에 걸려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위례시민연대가 서울시 25개 자치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 172명 중 111명은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임을 밝히지 않았다.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2.02.17 (금) 14:03, 최종수정 2012.02.17 (금)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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