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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선거 부재자 투표일인 5일 서울 청파동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여군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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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진 가운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8개월 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특히 어느 선거 때보다 초접전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권자의 한 표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총선 결과는 단기적으로 한미FTA의 방향과 제주해군기지,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각종 의혹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민생고 해결, 재벌 개혁과 복지 확대 등 19대 국회에 부여된 과제가 적잖은 만큼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할 사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명한 선택을 가로막는 포퓰리즘, 네거티브, 후보자 자질검증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선거 역시 네거티브 공방과 흑색선전, 고소·고발 등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31일 총선과 관련해 1032건의 선거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인쇄물 배부가 2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금품·음식물 제공(216건), 문자메시지 이용(139건), 시설물 설치(106건) 등의 순이었다. 비방·흑색선전은 20건이 적발됐다.
임영호 자유선진당(대전 동구) 후보는 이장우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유포와 후보자비방죄 등으로 3일 검찰에 고발했다. 김창현 통합진보당(울산 북구) 후보는 4일 박대동 새누리당 후보 측이 근거 없이 통합진보당과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문제도 심각하다. 기획재정부는 4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4.11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복지공약이 모두 이행될 경우 5년간 총 268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밝혔다.
김동연 기재부 2차관은 “여야의 266개 복지공약을 분석한 결과 5년간 최소 268조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며 “이를 모두 이행하려면 추가 증세나 국채발행이 불가피하고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증가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 역시 검증돼야 한다. 19대 총선 후보자 927명 중 20%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 대상임에도 군대를 가지 않은 후보는 6명 중 1명꼴이었다. 전문가들은 공인일수록 더 큰 도덕성이 요구되며 깨끗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권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원의 뒷받침이 없는 비현실적인 공약, 이념과 목표가 없는 공약, 장기적으로 국익·공익을 저해하는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꿈과 비전을 제시한 인물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잘못된 지역주의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부 지역은 공천과 함께 이미 승자는 결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당선호도가 뿌리깊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지연, 학연, 종교연 등 주관적 지표에 이끌려 잘못된 인물을 선택하는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전문성, 도덕성, 미래비전 제시 등을 갖춰야 하며 유권자들은 잘못된 선택의 책임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국가 미래를 이끌 인물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19대 총선 공명선거를 위한 음악회에서 참가자들이 투표참여 홍보 가두 캠페인을 갖고 있다. 안정적 국정 vs MB정권 심판…여야 애타는 호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여야가 내놓은 정책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염증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서로 상대당의 공약을 베끼는 ‘판박이’ 공약, 재탕·삼탕 공약 탓에 정책선거는 물 건너갔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후보들 간의 고소·고발, 혼탁선거도 심해지고 있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사람은 누굴까.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안갯속이다. 후보 간 격차가 5%포인트 이내인 접전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종 결과 예측이 어려울 만큼 대혼전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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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판세와 변수
선거전 막판 ‘민간인 사찰’ 쓰나미…수도권 부동층 표심이 승패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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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은 여야 어느 쪽이 1당을 차지하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여소야대냐 여대야소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은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여야는 1당에 사활을 걸고 민심에 읍소하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은 정책과 인물론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선은 초반부터 ‘박근혜 대(對) 노무현’의 틀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부산과 경남에서 친노(친노무현)계가 대거 나서 새누리당을 위협하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정수장학회 등을 놓고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국정 파탄에 대한 ‘이명박근혜 정권’의 공동책임을 전면화하면서 ‘불법사찰’ 파문을 계기로 정권심판론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반면 새누리당은 야권이 이념투쟁에 골몰하고 있다면서 ‘미래 전진론’으로 맞서고 있다.
5일 현재까지 총선 판세는 매우 불투명하다. 다만 젊은 세대가 민감하게 여기는 ‘불법사찰’ 파문을 계기로 민주당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특히 전체 지역구(246곳)의 45.5%인 112석이 걸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선거가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백중세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50여 곳이 1000∼3000표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121석) 성적에 못미칠 경우 완패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럴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후보 등 비박근혜계 주자들이 책임론을 제기하며 박 위원장에 도전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내심 140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당은 시야에 들어왔다는 단이지만 과반까지는 힘들다는 중론이다.
여야는 불법사찰 파문의 여파와 부동층이나 ‘숨은 표’의 움직임, 젊은세대의 투표율과 SNS의 파괴력, 박근혜 위원장의 힘, 안철수의 강연정치 등을 남은 변수로 보고 있다. 김제동 씨 등 연예인에 대한 사찰정황 논란으로 비화하는 불법사찰 파문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총선에 묻힌 ‘보궐선거’
세종시장·기초단체장 5명
광역·기초의원 56명 선출 -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일부 지역의 지방 선거가 총선 열기에 파묻혀 실종됐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 자체를 모르거나 후보자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지방자치의 의미가 퇴색했다. 후보들은 “이번 선거는 인지도 싸움”이라며 얼굴을 알리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역일꾼이 될 준비를 갖췄는데 아무도 조명해주지 않는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지방선거는 신설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5곳, 광역의원 37곳, 기초의원 19곳 등 62곳에서 치러진다.
그나마 세종시장 선거는 초대 시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편이다. 최민호 새누리당 후보, 이춘희 민주통합당 후보, 유한식 자유선진당 후보 등 3명이 출마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현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역임했고 유 후보는 세종시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연기군의 군수를 두 차례 지냈다.
이밖에 인천 강화군, 경북 문경시, 전남 순천시·강진군·무안군 등 5곳에서 기초단체장을 새로 뽑는다. 이들 지역 모두 단체장이 4.11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는 바람에 2년도 안 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무소속 후보들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지역의 유권자 대다수가 후보자의 이름은커녕 선거 자체가 열리는 줄도 모르고 있다.
한 출마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총선 후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선 무려 12개 선거구에서 도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된 손호성(민·안산2) 전 도의원을 비롯해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도의원 11명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치르게 됐다.
그러나 유권자의 관심이 같은 날 선거를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표를 호소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은 도의원 후보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다.
때문에 후보들은 관심이 덜한 선거일 수록 ‘인지도’에서 판세가 갈릴 것으로 보고, 저마다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5명의 후보가 난립한 평택 1선거구에 사는 박모(52)씨는 “국회의원 후보도 제대로 모르는데 도의원까지 어떻게 챙기느냐”며 “그냥 당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최호 새누리당 후보 측은 “국회의원 선거만큼이나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이 중요한데, 유권자들이 도의원의 공약 등은 신중하게 살펴보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문경 시의원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지역에 총선과 시장 후보가 많아 시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커녕 선거운동원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4.11총선 ‘정당후보 간 비방전 가열’
일단 붙고보자 “~카더라” 난무…고소·고발전 막판 얼룩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고소·고발, 상호비방 등이 난무하는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짧은 선거기간 동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네거티브에 집중하면서 정책선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선관위는 대전·충남 총선 불법선거운동과 관련해 4일 현재까지 수사의뢰 2건, 고발 4건, 경고 25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 충남선관위는 수사의뢰 2건, 고발 16건, 경고 52건 등의 조치를 내렸다.
대전 중구 선거구에서는 강창희 새누리당 후보의 손자 주식 기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선거를 앞두고 주식을 기부한 것은 아름다운 기부로 미화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비난하자, 새누리당은 선관위 질의결과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는 금지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얻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대응했다.
충남 홍성·예산에선 서상목 자유선진당 후보가 선거구내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는 이유로 홍문표 새누리당 후보와 김영호 통합진보당 후보를 공직선거법(유사기관 설치)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김영호 후보는 “중앙당 차원에서 한 것일 뿐 내 선거구사무실과는 별개”라며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또 자유선진당 충남도당 선대위 김용필 대변인은 “홍 후보가 2009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시절 33억원을 들여 설치한 새만금조형물공사의 사전담합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울산지역 선거도 후보자 비방과 고발전으로 치닫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울산 중구) 후보 측은 송철호 민주통합당 후보를 울산중부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3일 고발했다.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모씨는 고발장에서 “송 후보는 최근 TV토론회와 유세차량 등에서 ‘정 후보가 2002년 금강산 방문 당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뱃재를 모 시의원의 손에 떨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후보 측은 “중구 지역의 한 단체가 새누리당 중앙당에 제출한 진정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 여부를 질문한 것일 뿐”이라며 “자질검증 자체를 고발하는 태도는 시민의 후보선출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되받았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및 과열 선거운동은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책공약 실종
복지·개발 票퓰리즘 홍수…장밋빛 일색여야의 정책선거가 실종됐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데 급급해 정작 중요한 공약은 날림으로 내놓고 있다. 비슷한 공약 탓에 자칫 정치 공방만 과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권이 내놓은 정책은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 등 거의 흡사했다. 맞춤형 복지(새누리당)와 보편적 복지(민주통합당) 등 일부 표현만 다를 뿐이다.
보육 정책은 여야가 경쟁하듯 복지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사병 월급 인상·이동통신요금 부담 인하 등 인기를 끌 만한 공약들은 비슷한 이름으로 양쪽 정책자료집에 들어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카드수수료 인하’ 등 경제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양쪽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공약만 봐서는 어느 것이 새누리당이고 민주통합당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최근 발표한 강원도 5대 공약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주요도시 철도망 시설 확충, 문화·관광·의료 1번지 건설, 폐광지역 및 접경지역 지원특별법 실효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다.
민주통합당이 내세운 강원도 5대 정책과제의 내용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지원, 광역복합 교통망 확충,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접경지역 경제 회생, 금강산 관광 재개, 국가산업단지 신규 지정 등으로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하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2008년 총선(54.8%)보다 2010년지방선거(48.9%)에서 더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정책·공약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는 응답도 19.1%에서 18.1%로 줄었다.
한 전문가는 “여야 공약을 보면 좋은 얘기는 다 모아놓았는데 솔직하지 못하다”며 “재원 마련 계획과 자세한 분석·설명도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로컬종합 = 박형재·충남 = 주영욱·대구 = 이창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2.04.06 (금) 18:26, 최종수정 2012.04.06 (금)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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