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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버스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교조 전북지부 옥상에 12m 높이의 망루를 세우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
“4개월째 월급 못 받아 가정파탄 조합원에 미안”
탈수·어지럼증…그래도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전북시내버스노동조합이 고공단식농성을 한지 14일째인 8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교조 전북지부 옥상에 설치된 망루에서 만난 시내버스노조위원장 3명은 덥수룩한 수염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전날 내린 비로 망루 이음새가 미끄러워 밟고 올라서는 내내 다리가 떨렸다. 지상 25m 높이에 나무판자로 지은 망루 구석에는 생수통들과 물티슈 상자들이 쌓였고, 전날 내린 비에 젖은 책들과 옷가지들이 널려 있어 그간의 생활을 짐작케 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물과 식염으로 버텨내는 일이 길어지다 보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3명 모두 탈수증상, 어지럼증, 두통, 입안건조 등을 호소했다.
이상범(55) 신성여객 노조위원장은 “몸이 말라가고 있다. 혈압계를 옆에 두고 서로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지만 음식물 섭취가 안 되다 보니 혈압이 계속 떨어진다”며 “바람에 계속 흔들리는 망루여서 어지러움까지 느껴 점차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3명이 좁은 망루에서 2주 넘게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점도 많다.
김현철(52) 호남고속 노조위원장은 “물티슈 몇장으로 씻는 것을 대신하고, 화장실 문제도 동료들이 올려보낸 통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극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살면서 이런 극단의 상황을 경험해야할까, 얼마나 더 극단으로 가야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가 등의 이런저런 생각들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몇달째 못 본 가족들이 제일 눈에 밟힌다. 처음엔 가족과 통화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전화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김 위원장은 “가족들도 투쟁을 접고 내려오라거나 하는 얘기는 안 한다. 하루 이틀 끌어온 문제도 아니고, 파업시작 때부터 모든 과정을 알고 있으니까. 걱정은 하지만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훈(54) 전북고속 노조위원장은 진전 없는 협상에 대한 노조위원장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는 “파업사태를 이끌면서 사측과 협상을 통해 파업을 빨리 마무리 짓지 못한 죄책감에 노조원들 볼 면목이 없다”며 “4개월째 월급을 못 받아 가정생계가 파탄 나고, 암 투병 중인 노조원 어머니의 사연을 들을 때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믿고 따라와 준 노조원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했다.
로컬전주 = 서홍규 기자 seohong5@segye.com
- 기사입력 2011.04.18 (월) 10:49, 최종수정 2011.04.18 (월)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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