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지방자치 정착 해묵은 선결과제 ‘재정자립’
②무상복지 ‘날개’…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③자치행정 열쇠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④“지역色을 살려라” 문화관광 활성화 잰걸음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은 지방자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1991년 지방의회 선출로 지방자치가 부분적으로 부활할 당시 지방 재정자립도는 69% 수준. 그러나 20년이 지난 2010년 52.2% 수준으로 17%포인트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세입확충을 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는 법, 제도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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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지방세 광역체납처분반 발대식’에서 체납액 일소에 나서는 처분반원들이 체납처분차량 표찰을 부착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방재정 확충 막는 ‘지방자치법’
행정안전부는 민선5기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도입해 지방재정 확충을 도모하고 있다.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세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소비세의 경우 부가가치세 세수의 일정부분을 각 지방정부에 일정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특정지역에 집중돼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법이 지방세의 세입과 세출을 일정범위 내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 열악한 지방재정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자치법 제135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해 지자체의 자율적인 지방세 부과, 항목신설 등을 통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61조 역시 ‘지방세 및 그밖의 세입은 법령과 조례 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조례와 규칙으로도 지방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조례와 규칙을 정해진 법령 안에서 제정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라 형식적인 규정으로 남았다. 결국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방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해 지자체의 재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를 중심으로 세원이 배분되고 있는 점도 지방재정 확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과 지자체의 재정 비율은 8대 2로 재원 배분이 정부에 편중돼 있다. 또 세입이 주로 정부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세출은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자체의 자율적인 재정운영을 막을 뿐 아니라 책임성도 저하시키고 있다.
이처럼 지방 재정자립도가 계속 떨어지면 지방정부로 하여금 의존재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한 전문가는 “정부와 지자체간 예산의 세입·세출 구조를 개선해 지자체 중심의 재원 확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주도 복지사업…지자체에 부담 전가
지방자치가 정착하면서 주민의 지역개발과 복지증진에 대한 기대욕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노령화·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지방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환경이 악화되는 반면 사회복지수요·교육재정부담 등 새로운 수요는 크게 늘어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지자체 순계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현재 17.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 증가는 지자체의 의지보다는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른 지자체의 부담 증가에 원인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가 집행하는 복지사업비는 대부분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원되는 정부의 업무인 경우가 많다”며 “국고보조사업은 지자체의 능력과 의지로 변경이 불가능한 법적, 의무적 경비이기 때문에 지자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에는 기초생활급여, 기초노령연금, 기초장애연금, 영유아보육료 지원 등 대규모 복지사업이 있다.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사업은 2006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국고보조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지방비 부담분도 2006년 2조1500억원에서 지난해 7조10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낮은 재정자립도를 가진 지자체는 국고보조금의 부담비율이 증가할 뿐 아니라 국고보조금 예산 증가보다 지방부담 증가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나 국고보조사업의 방향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국고보조사업이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재정적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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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개발공사는 장흥해당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한 타당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58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장흥해당산단 조감도. |
지방공기업도 지방재정 악화에 일조
감사원 조사결과 타당성 없는 개발, 공사채 남발 심각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지방공기업의 타당성 없는 대형개발 추진과 공사채 남발이 지방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서울도시개발공사(SH) 등 도시개발공사와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지방공기업 개발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전국 15개 도시개발공사의 부채규모가 2005년 5조6000억원에서 2009년에는 6.2배 증가한 34조9000억원에 달했다.
각 도시개발공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49%로 2009년 말 기준으로 상장된 민간건설사 36곳의 평균 부채비율 217%를 크게 웃돌았다.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14개 공사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도시개발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은 법정한도를 초과해 공사채를 남발하고, 공사채 발행 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사업타당성 분석을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전남개발공사는 ‘장흥해당산업단지 조성사업(총사업비 1465억원)’을 추진하면서 전남발전연구원이 부실하게 수행한 타당성 분석 용역결과를 그대로 인정하여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2010년말 기준으로 58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지방공사의 신규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외부전문기관의 사전 타당성 분석을 거쳐야 하고, 타당성이 인정된 경우에만 예산을 반영해 추진토록 한 행안부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가 모든 손실 위험을 떠안거나 SPC에 특혜를 주는 사례도 있었다.
화성도시공사는 지난해 7월 SPC인 A개발에 토지 4만㎡를 매각하면서 매매대금 419억원 중 미납 잔금 259억원에 대해 2순위 담보를 제공받는 것으로 약정하면서 잔금(259억원)의 회수가 불확실한 상태다. 또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설립·운영기준’에 따르면 다른 법인의 채무를 보증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도 SPC의 채무를 보증하는 것으로 사업협약서를 체결해 450억원의 우발 채무도 부담하게 됐다.
공사채 남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시 등 3개 지자체에서 수익·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재산과 행정재산 등을 산하 지방공사에 편법으로 현물 출자하고 이를 기초로 도시개발공사는 순자산 규모를 부풀린 후 법정한도(순자산의 10배)를 초과해 공사채를 발행한 사례도 있었다. SH공사 등 4개 공사에서는 ‘기업회계기준’을 위배하여 국고보조금을 자본금으로 회계처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타당성 없이 추진되는 사업을 재검토 및 축소하고,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을 제공한 관련자를 문책할 것을 각 공사에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SH공사 등 도시개발공사와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지방공기업 개발사업 추진실태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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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난을 부른 호화청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경기 성남시청에 마련된 9층 하늘 북 카페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
해외사례로 본 지방재정난 극복을 위한 정부 역할
정부권한 줄이고 지방역할 늘리고 상향식 자치 시스템 통해 ‘진짜자치’ 실현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확립을 위해 중앙정부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조정과 지원기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우 1972년 국토의 균형발전 및 지자체의 행·재정적 능력 강화를 위해 ‘레지옹의 창설 및 의회의 개혁에 관한 법률’을 재정하여 광역지방정부인 레지옹을 창설했으며, 경제계획 및 투자배분의 결정권한 등을 부여했다.
1982년에는 ‘신지방분권법’을 제정하여 지방정부간 협력방식에 의한 지방분권을 실시했다. 나아가 2003년 지방분권 관련 헌법수정을 통해 국가조직의 지방분권화에 대한 권한이양의 원칙을 규정하고 지방정부의 자주재정권 보장, 자치입법권의 강화 등을 명시함으로써 과감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시행했다.
일본은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했고, 주민밀착서비스 권한을 지방정부에 전권 위임했으며, 기관위임사무제도를 폐지하는 등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시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정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치역량 강화방안으로 광역화정책인 ‘도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도주제는 단순히 지방정부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지역계획권 강화 등 중앙정부에서 담당하는 각종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경쟁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과부하를 유발하는 각종 권한들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정부는 기존의 지방정부와 수직 관계에 있는 상위정부라는 인식을 버리고 수평적 관계에서 동반자적 동위정부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역할도 지방정부에 대한 조정 및 지원기능을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자체적인 재정역량을 갖춘 지방정부와 그렇지 못한 지방정부간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역량을 갖춘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책임성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지방분권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방정부는 중앙에서 이양 받은 각종 권한으로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로컬종합 = 이진욱·박형재 기자 jinuk·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1.05.30 (월) 14:11, 최종수정 2011.05.30 (월)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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