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혁신 등 뒷전…손쉬운 호주머니 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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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환경연합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중교통 요금 등 인상러시공공요금 줄인상에 부딪혀 서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하 공기업 부채와 치솟은 원자재 값 등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여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한 경영혁신, 요금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참여 등을 전제하지 않은 채 요금을 인상한 조치는 손실을 시민에게 떠안기는 꼴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 기다렸다는 듯 앞 다퉈…
연말이 다가오면서 전국 시내버스·지하철 요금, 상수도·전기 요금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지자체들이 일제히 공공요금을 올리는 건 지난 5~10년간 요금을 동결해 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재정 손실을 우려한 정부가 7월부터 공공요금 인상폭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며 “지자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도시철도 요금은 1일부터 11.1% 인상됐다. 성인 교통카드 기준 1구간은 990원에서 1100원, 2구간은 1170원에서 13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청소년은 1구간 기준 770원에서 880원, 어린이는 495원에서 550원으로 인상됐다. 수돗물도 12.75%의 요금 인상안이 발표됐고 하수도 사용료는 내년 2월 26.87% 오를 예정이다.
전북도내 14개 시·군은 상하수도료, 쓰레기봉투값, 도시가스요금 등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부안군은 1일부터 평균 30% 인상했고 전주시는 이미 올 7월부터 상수도료를 18.36% 올렸다. 시내버스 요금도 곧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업계는 지역별로 10~26%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완주는 100원 인상된 1100원을, 군산·익산은 270원 오른 1270원과 1370원을 각각 요구했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지난 26일부터 수도권을 운행하는 일반형 버스요금을 900원(일반인 교통카드 기준)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청소년은 72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했고 어린이는 450원에서 동결했다. 좌석버스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직행좌석버스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300원씩 인상됐다. 경기순환 직행좌석버스 55대는 장거리 고속도로를 운영해 적자폭이 크다는 명목으로 1700원에서 2200원으로 500원 올렸다. 일반형 버스의 경우 내년 6월 100원이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지자체 간 조율로 주민혼란 줄여야”
잇단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인상 폭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요금은 경제 기초비용이어서 오를 경우 다른 품목의 가격 인상을 연쇄적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공공요금은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국민 부담이 일시에 가중되지 않도록 인상 폭과 시기를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지자체 간, 지자체와 관계당국 간 긴밀한 협력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수익자부담원칙만을 내세운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은 무책임한 정책결정이란 지적이 높다.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운영적자가 과도한 건설비용과 방만 운영 등에서 기인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시민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 도시철도의 경우 무임승차·환승 등에 따른 적자는 정부·지자체가 재정지원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이끄는 측면이 강한데도 요금 인상을 결정한 건 무능한 행정책임을 시민에게 뒤집어씌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을 내놓지 않고 나오는 요금 인상은 매번 반복돼 왔다”며 “도시철도·시내버스의 경우 요금 인상에 앞서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의 수송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간 행정협의체제 구축으로 시민 혼란을 줄이는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인근 지자체 간 지속적인 교류로 지역별 실정을 파악해 공공요금을 비롯한 현안 해결 방향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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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들이 부산~울산민자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
정부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을 두고 부당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9개 민자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요금이 올랐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최근 “민자고속도로는 이미 한국도로공사의 재정고속도로보다 훨씬 비싼 통행료를 받고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받고 있어 통행료 인상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9개 민자고속도로에 개통 이후 2011년까지 지급한 돈은 모두 1조5251억원. 이는 실제 통행량이 개통 이전 예측치를 크게 밑돌아 정부로부터 매년 지급받은 최소운영수입보장 보조금이다. 이들 도로는 통행료 수입도 상당하다. 지난해에만 6944억원을 벌어들였다.
국토부는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며 “올해도 요금을 조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할 민자법인의 수입감소분이 급증할 우려가 있어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릴 수 있는 운영·유지 관리비 절감 등은 뒷전"”이라며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의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통행료 인하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 28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에 맞춰 전국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100원에서 400원까지 인상했다. 민간기업 자본으로 건설된 민자고속도로는 국민세금을 들인 재정고속도로와 달리 민자법인과의 협약에 따라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요금을 조정하기 때문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요금은 승용차 기준으로 서수원~평택고속도로가 100원 오르고,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서울외곽고속도로(북부구간), 부산~울산고속도로가 200원씩 인상됐다. 천안~논산고속도로와 인천대교고속도로는 300원씩,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는 400원씩 각각 인상됐다. 용인~서울고속도로는 버스와 화물차만 100원씩 올랐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12.02 (금)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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