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세계]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뻣뻣해지는 겨울의 길목인 11월 제주도에서 국민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2010 제주올레걷기 축제’와 ‘2010 제주감귤 국제마라톤대회’가 그것.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걷고, 뛰다 보면 올 겨울을 날 수 있는 든든한 체력은 물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위에 아직 겨울나기 준비가 덜 된 이들이 있다면 이달 제주도를 걷고 달려보자.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길 ‘제주올레’
제주올레는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이다.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점을 찍듯 훌쩍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속살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제주올레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다. 그래서 올레는 집과 마을에서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길이 된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첫 코스를 개장하고 현재 22개 코스 357km의 길이 개발됐다.
‘2010 제주올레걷기 축제(2010 JEJU OLLE WALKING FESTIVAL)’는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제주올레 1코스에서 5코스, 총 92km 구간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행복하라, 이 길에서(Be happy on the trail!)’이다. 세계인들이 세계자연유산이자 평화의 섬인 제주도를 걸으면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참가자들은 제주올레 1코스부터 5코스까지 다섯 코스를 하루에 한 코스씩 체험하게 된다. 참가자에게는 각 코스에서 완주 확인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축제 전용 패스포트와 1만원 상당의 기념품이 제공된다. 다섯 코스를 모두 완주한 사람에게는 완주 인증서가 발급된다.
이번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제주올레 주변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축제의 성격을 띤다. 각 마을에서는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살린 공연과 다채로운 먹을거리를 준비해 축제 참가자들을 맞는다.
이에 따라 1코스에서는 성산일출봉 해녀 물질 노래와 물질 체험 공연이 펼쳐진다. 시흥리 제주 전통민요 공연과 오정개 해안 시낭독회, 시흥리 고구마 수확 체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2코스에서는 혼인지 설화 연극과 온평리 아줌마 난타 공연 등이, 3코스에서는 난산리마을 댄스·풍물 공연과 신산리 마을 풍물 공연, 신천리 바릇잡이 체험 등이 축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4코스에서는 표선리마을 풍물공연과 소원돌탑 쌓기, 토산2리 아줌마 공연, 남원1리 주민밴드 공연, 남원1리 영화상영 등이 열리며, 마지막 5코스에서는 대나무 어랭이 낚시체험을 비롯한 위미중학교 오케스트라 공연, 망장포구 노천 주막, 쇠소깍 크루즈 체험 등이 마련된다.
이들 마을의 공연·체험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는다. 코스 적재적소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각 코스 종점에는 걷다 지친 발을 풀어주는 족훈욕장도 개설된다.
세계트레일 관계자 한자리 “공동발전 모색” 제주올레 걷기 축제 전날인 8일에는 표선 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 전야제가 펼쳐진다. 전야제에는 여러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평화와 행복, 자유’로 대표되는 제주올레의 정신을 참가자들과 나누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이번 축제와 함께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제주올레 3코스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는 ‘2010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가 열린다. 컨퍼런스에는 스페인 산티아고를 비롯해 캐나다 브루스·영국 코츠월드·호주 파크 빅토리아·일본 시코쿠 오헨로·스위치·홍콩·중국 등 해외 트레일(trail, 숲길·오솔길) 10개 기관과 관련 학회·여행 관계자 등이 참석해 세계 트레일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표 트레일인 제주올레를 답사하고, 해외 트레일 사례 발표·강연 등으로 세계 트레일 현황과 운영 경험 등을 공유한다. 특히 컨퍼런스에서는 향후 트레일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월드 트레일 네트워크’가 발족한다.
제주올레걷기 축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올레를 걷기에 가장 아름답고 좋은 시기를 골라 이번 축제를 마련했다”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 문화,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는 진정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동을 주는 사람 이야기 ‘제주감귤마라톤’마라톤을 두고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42.195km를 뛰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마라톤으로 그 사연을 풀어가기에 감동이 뒤따른다. ‘2010 제주감귤 국제마라톤대회’에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긴다.
제주감귤마라톤대회는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을 출발해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등을 왕복하며, 출발은 오전9시30분부터 45분까지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순으로 진행된다. 10km는 1시간30분 안에 완주해야 하며 하프코스는 2시간30분, 풀코스는 5시간 이내다.
대회에서는 3인 이상 가족이 참가할 경우 가족 화합상이 주어진다. 연령대에 따라 장년부(만45세 이상)와 시니어부(만55세 이상)로 나눠 상위랭커들을 시상하고 있다. 마라톤 동호회 간 클럽대항전은 특히 눈여겨볼만하다.
클럽대항전(풀코스)은 지역·직장·기관 동호인이 남녀 구분 없이 5명에서 7명으로 팀을 이뤄 참가할 수 있다. 팀원 가운데 최소 5명은 정상적으로 완주해야 하며 완주자 5명의 기록을 합산해 최소시간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출전선수가 불참하거나 중도포기·제한시간(5시간) 초과·대리출전·기타 부정행위로 인한 실격 등으로 공식 완주자가 5명이 안될 경우 해당 팀은 실격 처리된다.
대회 참가자들의 면면도 화제다. 여자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정숙(천안)씨의 대회 3연패 달성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씨는 2008년 2시간53분52초의 대회신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2시간54분50초로 1위를 차지한 강력한 우승후보다.
남자부 풀코스에는 2007년 우승자인 백영인(구미)씨를 포함해 지난해 대회 신기록인 2시간30분29초로 우승한 심재덕(거제)씨와 3위를 차지한 신동역(마산·2시산39분17초)씨도 참가신청을 마쳐 각축전이 예상된다. 2008년 대회 당시 73세 나이로 풀코스에 도전했다가 가장 늦게 골인한 김용순(경기)씨는 이번 대회 하프코스에 도전해 노익장을 과시한다.
제주감귤마라톤대회에는 가족·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어린이들에게 제주감귤의 소중함과 마라톤을 통한 건강의 중요성 등을 일깨워 주기 위한 인터넷 백일장이 열린다. 특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5km 완주자 1인당 1000원(1km당 200원)씩 적립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제주 외 지역과 외국인 참가자들에게는 5kg들이 제주감귤 1상자가 제공된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0.11.08 (월) 12:10, 최종수정 2010.11.09 (화)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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