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경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 조상들은 음력 정월 보름인 1월15일을 가장 큰 보름이란 뜻의 정월대보름이라 부르며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 놀이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오는 17일이다.
국립국악원은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저녁 7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및 광장에서 ‘뛸판, 놀판, 살맛 한판’ 정월대보름 축제를 연다. 이 축제를 통해 풍년과 풍요,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내 더위 사가라~” 정월 대보름날 아침이면 심심치 않게 들었던 이 말은 ‘더위팔기’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잘 견딜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세시풍속이다.
대보름 풍속은 더위팔기를 비롯해 부럼깨물기, 귀밝이술마시기, 복쌈·묵은나물·달떡 먹기 등 개인적인 것과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다리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등 집단적인 것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대보름 풍속은 전체의 4분의 1이 넘을 만큼 많다. 설 풍속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데, 설 풍속이 개인적인 성격을 띤다면 대보름 풍속은 대체로 개방적이고 집단적이다.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이 개인과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시기였는지를 말해준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던 관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예년의 풍성함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그러나 아쉬움은 금물. 국립국악원의 ‘뛸판, 놀판, 살맛 한판’ 축제에 대보름의 다양한 세시풍속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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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극 <굿모닝 허도령> |
국립국악원의 정월대보름 축제는 예악당에서 열리는 1부와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2부로 나뉘어 열린다.
1부는 연희축제로 16일 중앙음악극단의 진도 명다리굿과 17일 극단 큰들의 ‘굿모닝 허도령’이 펼쳐진다.
진도 명다리굿은 화려한 춤과 음악, 웃음과 해학은 물론 감동까지 선사하는 풍성한 무대다. 2009년 전통연희 우수상 수상작인 진도 명다리굿은 갓 태어난 아이의 장수와 만복을 발원하는 굿으로, 명이 짧게 태어난 아이의 수명을 이어주고자 칠성당에 장수를 빌고 징검다리를 만드는 행위를 담았다.
굿모닝 허도령은 다양한 소품과 무대 장치에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춤과 노래를 가미해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2008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지정 마당극으로, 안동 하회마을의 허도령 설화가 모티브다. 양반, 정치가 등 지배계급의 폭정을 꼬집던 탈춤의 정신을 계승해 풍자와 해학까지 담아낸다.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2부는 달맞이 축제다. 새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시작으로 경기도 민요인 태평가, 장기타령, 개성난봉가, 풍구타령, 경복궁타령이 이어진다. 강강술래와 풍물놀이는 관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흥겨운 시간으로 신명나는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정월대보름인 17일 공연 후 야외마당에서는 액운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인 달집태우기가 8년 만에 마련된다.
공연 전인 오후 5시부터는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정월대보름 풍속체험도 진행된다. 달나라 토끼와 절구질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버나체험 등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속문화 체험과 가래떡 구워먹기, 부럼깨기, 귀밝이술 맛보기 등 절기 음식 맛보기는 물론 한지 제기 만들기, 연 만들기, 토끼탈 만들기 등 민속놀이에 쓰이는 장난감을 손수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국악원 관계자는 “정월대보름 공연은 자연에 순응하고 때를 지키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전통 세시 풍속을 무대 안팎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관람은 사전 예약하면 무료다. 사전예약 문의는 02-580-3300, www.gugak.go.kr로 하면 된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2.14 (월) 11:34, 최종수정 2011.02.14 (월)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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