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참으로 심각한 상태다. 현실경제의 어려움은 어른세계의 작은 굴곡이지만, 어린 싹들의 횡보(橫步)는 나라 장래가 걸린 엄중한 문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핵가족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훈육의 실종은 유교적 가치관의 상실로 이어져, 아이들이 ‘배려’의 말뜻을 모르고 자란다. 거창하게 국가의 미래를 들먹일 것도 없이,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자녀를 여럿 두는 게 좋다. 보육에 따른 경제적 문제는,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우선적으로 고심하는 중이니 좋은 방안이 나오리라 믿는다.
학교 당국의 책임 있는 노력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학문과 인성의 성숙을 추구해야 할 학교에서까지, ‘좋은 상급학교-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란 공식으로, 아이들을 공부에만 매몰시키는 게 현실이다. 신체적으로는 나약하고 정신적으론 경쟁, 시기심만 가득한 공부기계로 만드는 건 아닌지 되짚어볼 문제다.
야구로써 ‘문제 학생‘들을 선도한 선생님들
없는 자가 많이 누리는 자를 질시함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불우한 환경의 친구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공주, 왕자‘들을 경원하는 경우는 궤를 같이 한다. 필자의 중학시절 은사 중에 ‘이쪼나와’란 별명이 붙여진 역사 선생님이 계셨다. 스승의 고향은 함경북도. ‘이쪼나와‘란 그 함경도 사투리로서 ‘이리나와’란 뜻이다. 수업 중에 졸거나 떠들다가 걸린 놈은 여지없이 자 막대 세례를 받아야 했다. 칠판에 글씨를 쓰시다가, 돌아보지도 않고 “어이 황성철이, 이 간나 새끼, 이쪼나와 한대 맞자우!” 하신다. 소근 소근한 잡담에도 귀신같이 이름을 콕 집어내셨다. 후일 생각건대 제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소산이었다.
그 시절 도시마다 한두 곳씩 ‘고아원’이 있었다. 학교에도 한 반에 서너 명씩은 고아원생들이 섞여 있었다. 그 친구들은 반에서 대부분 ‘짱’으로 군림했다. 나이들이 보통 한두 살씩 더 먹어 덩치가 컸고 거칠었다. 이런 친구들도 ‘이쪼나와’ 선생께 걸리면 여지없이 자 볼기를 맞았다. 어느 날 방과 후 선생님께서 이들을 이끌고 교장 선생님을 면담하셨다 한다. 다음 날 등교하던 우리는 놀랐다. 이 말썽꾸러기 ‘일진’들이 떡 하니 ‘규율’이라는 완장을 차고 교문을 지키는 게 아닌가. 운동깨나 하고 모범생이 돼야만 가능한 완장을 차고 있다니! 감투부터 씌워줌으로써 그에 걸맞은 모범생이 되게끔 유도하려는 선생님의 깊은 배려를 그 당시에는 짐작도 못하고, 지각한 우리 몇몇은 어리벙벙한 채 낄낄 웃으며 그들의 구령에 맞춰 엎드려뻗쳐와 토끼뜀을 뛰었다.
게다가 선생님들은 박봉에서 갹출한 돈으로 코치를 영입해, M시 최초로 중학교 야구부를 창설하셨다. 주축은 물론 이 ‘짱’들이었다. 야구를 좋아했던 필자도 자원했고, 늦게 시작했지만 우리는 여러 대회에서 입상했다. 우리 학교에서 야구로 크게 출세한 친구는 나오지 못했지만, 최소한 말썽꾼은 한 사람도 없는 모범학교가 됐다.
청소년의 미래 위해선 학교체육 강화해야
그렇다. 스포츠 정신은 공정한 규칙을 배우게 하고, 패배와 좌절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협동 단결로 사회성을 고양하고, 부단한 훈련으로 체력과 인내심을 키운다. 이것은 영어단어 몇 개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정신적, 육체적 자산일 것이다.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은 ‘꼼수나 부리는 박사’ 따위가 아니라, 상대를 따뜻이 배려할 줄 아는 정정당당하고 건전한 민주시민일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60% 이상이 시력저하, 비만 등 운동부족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책상물림과 컴퓨터 탓이다.
현행 우리의 학교체육이란 일주일에 겨우 세 시간, 그것도 기껏 보건체조 정도이다. 아이들을 책상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새삼 요청된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수십 조 원대 복지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 중, 몇 십분의 일만 아이들 체육 활동에 사용해도 학교폭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몸 마음이 건강한 우리 아이들이 나라의 장래를 밝혀줄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다.
- 기사입력 2012.03.09 (금) 18:33, 최종수정 2012.03.09 (금)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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