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음의 씨를 갖고 나온다. 우리 인체 안에 삶의 시계와 죽음의 시계가 공존한다. 처음에는 이 시계가 천천히 가는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빨라짐을 느낀다.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 이후 탄생한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가 이제 은퇴를 시작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동시대의 사람들과 무수히 경쟁하며 우리나라가 오랜 기간 대물림해 왔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에 몰아닥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직장에서 ‘퇴출’로 가정이 파괴되고 그 추운 겨울에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뼈아픈 시련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우리 보다 앞서 겪은 일본에서 은퇴는 곧 재앙이다. ‘은퇴대국의 빈민보고서’(전영수 지음)만 봐도 그렇다. 은퇴 이후 삶은 곤궁과 비참으로 치닫는다. 은퇴자들은 고독하고 외로움에 치를 떤다. 핏줄까지 외면해 홀로 사는 이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돌보지 않는 죽음도 줄을 잇는다. 노인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젊은 세대로부터 ‘대형쓰레기’니 ‘괴물·망주(妄走) 노인’이니 하며 손가락질까지 받는다. 이들에겐 세상이 온통 잿빛이다. “당신의 노후는 안전한가”의 저자는 우리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건넨다. 일본의 충격적 고령사회의 현실은 머지않은 미래 한국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개인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비참한 ‘노후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일이다. 은퇴 쇼크는 이미 시작됐다.
작년부터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5∼1963년 출생자인 베이비부머는 714만명 정도다. 통상적인 임금 근로자 정년을 55세로 추산한 결과다. 이들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씩 은퇴한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은퇴 후에 월 생활비가 339만원이 든다느니,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 상태가 100점 만점에 60점 안팎으로 낙제수준이라느니 등 은퇴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 물론 금융기관들이 은퇴시장을 겨냥해 다분히 의도적인 자료를 앞다퉈 생산한 탓이다.베이비부머 앞에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위기는 ‘장수리스크’다. 장수리스크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데 비해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노후 생활에 대한 위험을 말한다. 그래서 대다수 베이비부머에게는 생명의 연장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로 다가오고 있다.
◆은퇴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동산 시장의 향방
이제 은퇴 설계시 고려할 사항은 무엇이고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부동산 비중이 높은 은퇴자들은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지금까지 부동산의 가치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라 변화했다. 베이비부머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면서 1980년 후반 소형주택가격이 폭등했고 베이비부머가 40~50대에 달하자 2000년 이후 중대형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최근 장기침체 상태에 빠졌다. 2009년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과 수요 심리의 위축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거래가 부진하다. 강남권 아파트 침체의 여파로 재건축 시장도 침체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조합원 분담금 증가에 따라 투자수요가 위축돼 있다. 반면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은 주목된다. 여기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첫째, 거시경제 측면에서 금리인상 요인이 발생해 가계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으로 공격적 투자수요의 위축이 예상된다. 둘째, 정책적으로 전월세 상한제 입법 통과여부가 임대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분양가상한제 부분 완화시 재건축 시장 회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공급측면에선 중?소형 주택공급난의 영향으로 앞으로 2~3년 중소형 강세장이 예상되며 수도권은 보금자리 영향과 미분양의 영향으로 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넷째, 거래는 매매차익에 대한 기대감 감소로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수익모델 전환시도가 확산되고 보증부월세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부동산 종류와 포트폴리오의 재구성
한국 베이비부머가 소유한 자산의 80% 이상은 부동산이다. 이제 그들이 은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은퇴 시점에서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동산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부동산의 종류를 크게 분류하면 주거용, 상업용, 업무용 부동산과 토지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용 부동산에는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다세대주택(연립 포함)과 아파트로 구별된다.
단독주택은 가능한 역세권(반경 500m에서 1㎞ 이내)에 분포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면 바람직하다. 1~2인 가구가 점차로 늘어남에 따라 역세권에 위치한 원룸 및 도시형 생활주택으로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세대주택은 주변이 재개발, 재건축이 예상되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는 소액투자로 분양자격을 받아 신축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만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위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업용 부동산은 근린상가, 단지내 상가, 테마형 상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상가는 가능한 도로변에 위치한 1층 전면상가로서 역과 근접한 지역에 위치한 곳만 추천하고 싶다. 상업용 부동산은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기를 이겨내는 수익형 상품으로선 추천할만하지만 그렇다고 대다수가 알고 있는 대로 상가 투자가 노후를 대비한 투자 상품으로 무조건 추천되는 것은 금물이다. 상가 투자는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신문지상에 자자 나오는 테마형 상가는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업무용 부동산은 오피스와 오피스텔로 구분되는데 이를 투자할 때에는 역세권에 위치해야 하며 테헤란로 등 이미 많은 오피스가 집중된 곳 보다는 새로운 지하철이 개통될 역세권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1가구에 해당됨으로 매도 시 양도세 문제를 미리 전문가를 통해 상담 후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의 경우 환금성에 어려움이 있고 많은 경우에 맹지나 개발재료가 없는 엉뚱한 곳에 투자해 심한 고통을 겪는 것을 많이 봤다. 토지는 개별성이 워낙 강해 가격 결정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이용한 사기가 많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능한 토지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토지는 재대로만 투자할 수 있다면 어느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토지에 투자하고 싶으면 향후 10년 동안 인구가 10~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지역의 계획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지역 등에 투자할만 하다. 이처럼 부동산의 종류는 많고 그에 따른 장점과 리스크는 항상 공존한다. 따라서 본인의 힘만으로 노후를 대비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와 가능한 상의는 하되 전적으로 그들에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결국 투자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월세수익률’이 좌우
은퇴 이후 부동산 투자 시 고려할 점들에 대해 살펴보자. 향후 아파트 매매시장의 추이를 보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시장 내 월세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아파트가 오피스텔보다 기대가격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소득수익률은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의 기대가격상승률은 오피스텔보다 낮게 나타난 반면 같은 시기의 소득수익률은 아파트 상승세, 오피스텔은 하락세를 보였다. 또 소득수익률 변화를 살펴본 결과 아파트시장 내 보증부월세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수익률이 감소하면서 임대인들이 기대총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보증부월세를 선호하는 것이 원인이다. 앞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안정되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시장 내 월세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은퇴 후 부동산투자는 임대소득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한다. 특히 고령인구의 증가는 임대시장의 전세공급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은퇴 이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려면 부동산 이외 연금 자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현금 흐름 중심의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지금은 저금리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은퇴 설계 및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이제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하며 ‘언제’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가 필요하다.
◆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무엇보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은 다음과 같다. 노후를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것인가, 수도권 토지에 투자하여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소형빌라를 투자해 단기 수익을 올릴 것인가, 기존 주택을 팔고 미래가치가 풍부한 곳으로 갈아 탈 것인가 등 구체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A와 B가 직장 동료인데 회사의 지점들이 서로 다른 곳으로 발령받았다고 하자. 이후 그들은 직장 근처로 약 3억원씩 투자해 아파트를 사서 정착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후 그들이 투자한 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날 확률이 높다. 한 곳은 아파트 시세가 3억원 그대로인데 다른 곳은 10억원이 넘는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많다.
부동산은 현재가치가 같을 수 있으나 미래가치는 각각 달라진다. 따라서 부동산을 투자할 때 현재가치도 중요하지만 미래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미래가치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를 예측하고 투자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미래가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많은 정책들을 보는 눈과 경험을 토대로 예측이 가능하다. 평소 부동산에 대한 안목을 넓혀가는 훈련을 쌓을 필요가 있다.
부동산 투자의 첫 걸음은 자신이 얼마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이 미래가치가 있는 곳인지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 그 지역에 어떤 개발계획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접 지역과의 비교를 통해 개발계획을 비교하고 미래가치가 더욱 풍부한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첫걸음이다. 따라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의 개발계획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투자의 출발이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는 장수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중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 부동산 트렌드를 보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어남에 따라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초역세권에 단독주택을 매입해 원룸 등 수입이 나오는 부동산으로 갈아타서 노후를 대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매로 ‘인생 2막’을 열어볼까
부동산 경매는 IMF 이후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 경매를 배운 사람들 중에는 막대한 부를 창출한 경우도 있다. 이들처럼 많은 부의 창출은 쉽지 않겠지만 베이비부머들이 경매를 배워두면 좋은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이가 들어서도 걸을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부동산 경매는 남녀노소 따로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특히 육체적 한계는 베이비부머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매는 나이에 대한 차별이 없다. 두 발로 걸을 수 있으면 족하고 이를 통해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투자는 지식만으로 되지 않고 경륜이 중요하다. 부동산 투자가 지식만으로 되었다면 부동산 관련 교수나 강사들이 모두 재벌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부동산 강사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부동산투자가 지식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인맥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부동산 경매를 배우는 게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은퇴 후 최소한 2~3개월만 공부하면 적어도 자신의 부동산을 지킬 수 있다. 부동산을 배우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부동산 경매는 민사집행법에 의한 절차를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에 소요되는 기간은 2~3개월 정도면 충분하며, 그 이후에는 상호 교류를 통해 해결해 나가면 된다. 권리분석을 통한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경매에 임할 수 있다.
넷째, 임장(臨場)활동을 하면서 세상도 배우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나 정보지들을 보면 경매 부동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해 반드시 임장활동을 통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경매 정보지를 갖고 본인이 목표로 하는 물건지를 찾아가 지역개발계획을 확인하고 주변 부동산에 들러 시세파악을 하다 보면 노하우도 생긴다. 임장활동을 하다 다리가 아프면 중개업소에 들러 주변 시세도 파악하고 그렇게 해서 친해지면 좋은 ‘부동산 벗’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비교적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서서히 늘려 나갈 수 있다. 경매를 배우면 빨리 경매를 받고 싶어진다. 그러나 조급할 필요가 없다. 돈만 있으면 양질의 부동산은 얼마든지 있다. 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부동산업자들이 지금 아니면 전혀 기회가 오지 않을 것처럼 부동산 매수를 재촉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그런 물건은 쉽게 돌아오지도 않거니와 설령 있다하더라도 왜 그렇게 좋은 물건이 나에게 왔는지 오히려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투자금액에 맞는 물건을 고르면 된다.
앞에서 경매에 대한 장점들을 열거했지만 이 세상 모든 일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조급하게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경매는 나이를 초월한 ‘인생 2막’의 시기에 장수리스크를 줄이는 하나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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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4.13 (금) 14:37, 최종수정 2012.04.13 (금)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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