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답은 바로 ‘가족의 행복’이다. 하지만 가족이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곰곰이 나누어보면 선뜻 ‘그럼, 당연히 행복하지’ 라고 답할 수 있는 가족은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을지 자신하기 힘들다. 가족이 행복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일 것이다. 가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행복하다는 것과 가족이 함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우리 자녀들은 행복할까? 아동청소년행복지수 OECD 국가중 최하위라는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행복이라는 단어는 성적과 입시에 밀려 아이들에게서 사라진지 오래인 듯 싶다. 역시 OECD 국가 중 최고의 장시간 노동을 기록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과 성과중심의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일까? 애써서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해도 여전히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이 여성의 몫으로 여전한 이 땅의 여성들이 행복하다면, 도대체 왜 그렇게 낮은 출산율과 결혼포기 세대가 늘어나는 것일까?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비용으로 노후자금을 소비해버린 부모세대는 과연 다가오는 100세 시대가 행복하다고 느낄까? 도대체 우리 가족 중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지 고민스럽다.
모두가 바라는 인생의 가치가 가족의 행복이라면 우선 다음의 기준을 만족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충족되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마련되어 있는가이다. 기본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각자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행복은 주어진 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내용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을 담기 위해서는 기본틀인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전 사회적으로 가족시간확보를 위한 의식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틀이 갖춰진 다음엔 행복이라는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이 행복은 주어진 스팩을 갖췄을 때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채워야 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감사가 우선돼야 한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로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 다음에 자신과 같이 다른 존재가 마찬가지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인식이 가능할 때 관계가 만들어진다. 때로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계에서 때로는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소통하고 공감을 나눌 때 비로서 이 관계가 살아있는 에너지를 드러내면서 이것이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채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신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대상과 관계 맺는 능력, 이를 통한 의미를 찾아가는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 배워야 하는 일종의 습관이자 훈련이라는 점이다. 행복을 찾아내고 설계하고 즐길 줄 아는 능력은 부모의 행복에서부터 보고 배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고 스스로 행복을 찾는 능력을 가정에서 키워주는 것이다.
- 기사입력 2012.04.27 (금) 10:22, 최종수정 2012.04.27 (금)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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