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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이란 지방분권에 기초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 하에 자치구역 내의 치안사무를 자주적으로 수행하는 경찰제도다. 거시적으로 보면 지방분권과 자율을 강조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배해 경찰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자는 것이고, 미시적으로는 지역특성에 따른 주민밀착형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지역마다 치안상황과 여건이 다르고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도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치경찰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치경찰이 초래하는 치안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자치단체에 따라 치안상황과 여건, 재정능력과 행정능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치경찰인력, 그들에 대한 교육훈련의 차이와 그로 인한 치안서비스의 질적, 양적 차이로 지역 간 안전도와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자치경찰이 가져다 줄 가장 큰 우려의 하나다. 당연히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나 유지의 어려움, 일관성 있는 치안정책의 유지곤란, 장기 근무로 인한 토착비리 연계의 위험성 등 자치경찰 자체마저 뒤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자치경찰의 현실적 문제도 이미 알게 됐다. 시행 6년째를 맞는 제주도의 자치경찰을 보자. 제주의 관광과 환경 등 지역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제한된 직무범위와 권한, 그리고 재정난으로 사실상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주측정조차 할 수 없는 불완전한 기능은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제주자치경찰은 법집행 기능이 빠진 반쪽 기능만 남게 되어 권위가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치경찰의 성공적인 시행과 정착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제주도의 자치경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어떨까. 제주의 경험에 비추어 자치경찰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예산과 권한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미 2010년 7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었고, 인천시 조차도 공무원들의 후생복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막대한 재정을 요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힘든 치안서비스인 자치경찰을 위해 자치단체가 과연 충분한 자원을 투자할 수 있을까. 우선 자치경찰이 정착되기까지 초기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치안수요 등을 고려해 국가가 부족한 자원을 교부금의 형태로 차등적으로 지급하면 좋을 것이다.
나아가 모든 자치단체를 일시에 자치경찰을 도입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높고, 주민들의 자치경찰에 대한 요청이 높은 자치단체를 우선하는 등 지자체 별 자치경찰의 도입 시기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다음은 자치경찰의 사무와 권한의 분배, 조정문제다. 제주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자치경찰관이 범죄예방을 위해서 순찰은 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해도 단속할 권한이 없는 것은 문제다. 경찰업무의 대부분이 긴급성을 요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자치경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와 권한이 합리적으로 조정돼 경찰력의 낭비나 치안서비스의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합리적 업무조정 뿐만 아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그리고 자치경찰 상호 간의 유기적인 업무협조도 범죄의 광역화나 기동화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사실 자치경찰은 민주적인 치안서비스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룰 수 있는 시대적 요청이요 사명일 수 있다. 지역의 치안수요에 적합하며, 주민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지역과 주민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자치경찰에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을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적어도 제주자치경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보다 철저하게 보완하고 준비해 자치경찰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 기사입력 2012.05.04 (금) 10:34, 최종수정 2012.05.04 (금)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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