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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한국이 숨 가쁜 질주를 하며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지역은 잘 보이지 않았다. 거시경제가 잘 되면 모든 지역도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시작된 수도권 집중문제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에 더해 지역 간 격차도 옛날보다 더 커져서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즉 상하의 문제에 더해 좌우의 문제까지 생겨나는 셈이다.
지역 간 차이가 나는 상황 자체는 불가피하다. 같은 형제간에도 사는 형편이나 여건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제도, 정책에 의해 오랫동안 구조적으로 차이를 만들어 놓은 다음에 같이 경쟁하기를 재촉한다면 그것은 불공정경쟁이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거쳐 선진국 형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고른 발전은 옛날보다 더 어려워졌다.
지역 제도의 근본적 문제는 나라와 지역의 몸집이 커졌는데 여전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또는 유선전화도 없던 시대의 3단계 행정계층이 똑같이 살아 있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 외에 지역이 책임질 정도의 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지역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다.
노무현 정부의 물리적인 지역 균형정책을 거쳐 이명박 정부는 광역화에 의한 지역발전의 계기를 삼으려 했다. 정권교체의 부작용 중 하나는 앞의 정권이 하던 정책을 되도록 이어 받지 않으려는 불편함이다.
준비기와 정리기를 제외한 약 3-4년 마다 바뀌는 지역정책으로는 발전의 기틀을 제대로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는 지역발전에 대한 포괄적인 비전과 목표가 필요하다.
광역경제권의 취지는 광역화에 의한 협력, 규모의 경제, 거래비용의 절감에 의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개별지역이 창의적인 발전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었으나 그 목적은 별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협력보다는 경쟁의식과 동질성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광역화에 의한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이다.
사회는 자기가 가진 것을 베푸는 것을 강조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중이지만 지역 간 문제만 등장하면 양보나 협상은 절대 불가다. 선거라는 정치행위가, 또 관할구역이라는 행정행위가 어떠한 타협이나 융통성도 용납하지 못하게 만들고 행정구역의 비극을 확대시킨다. 망자의 화장 장례도 같은 행정구역이 아니면 치를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지역 간 갈등과 집중의 문제는 3차원화로 바뀔 것이다.
세계의 흐름은 지역이 대도시권 중심의 거대지역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역의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권이 형성되고 권역 내 지역간 연계 하에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국경을 넘은 인접 도시와의 초 국경 광역지역도 계속 형성되고 있다. 이웃의 중국,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 길을 따르고 있다. 대도시권 이외의 지역들도 행정구역을 넘는 생활권 중심의 권역형성으로 새로운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종래의 지역 간 경쟁과 갈등구조를 넘어 상생발전하게 하는 새로운 방향이며 법과 제도의 정비, 관용과 베풂을 우선하는 지역의식의 변화, 공정한 협력을 유도하고 정책의 연속성과 발전을 동시에 보장해 줄 수 있는 길이다. 지역 간 상생 발전을 실현하는 새 한국의 지역 모습을 바라본다.
- 기사입력 2012.05.18 (금) 10:34, 최종수정 2012.05.18 (금)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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