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통일된 다민족 국가와 자고이래설-동북공정과 만주의 영토권(Ⅲ)

마나미 기자

| 2024-10-10 10:51:34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한족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왜곡하고 만주를 중국영토로 고착하기 위한 동북공정의 기본으로 삼는 이론이 바로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허황된 억지 이론이다.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이론은 단지 만주뿐만 아니라 티베트, 신장위구르, 내몽골 등을 비롯한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을 한족 중국화하고 소수민족들의 영토를 한족 중국영토로 고착하기 위해서 중국 헌법 총강에 ‘중화인민공화국은 전국 각 민족 인민이 공동으로 창립하여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고 명시함으로써 비롯되었다.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역사 인식은 주장하는 한족 중국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서 ‘자고이래설(自古以來說)’과 ‘점진형성설(漸進形成說)’ 두 가지로 나눈다.

‘자고이래설’은 ‘중국은 자고이래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주장이다. 1951년 백수이가 가장 먼저 주장한 것으로, 그는 1986년에 ‘중국은 하나의 통일된 다민족 국가로 중국 역사는 현 중화인민공화국 내 각 민족이 공동으로 창조한 역사이며, 지금은 소멸된 민족의 역사도 포함한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이미 소멸된 고조선・부여・고구려・대진국 발해의 역사가 중국사에 포함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주장에 대해 전백찬은 ‘중국영토 상에는 한족 이외에도 많은 민족이 있어서 소멸된 민족도 있고 현재까지 존속하며 중국 민족 중 하나로 남은 민족도 있는데, 자고이래로 그들의 조상은 중국 땅에서 생활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로 통일과 분열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과거 한족 왕조의 통치범위 안에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현재 중국영토에서 생활하는 모든 민족은 중국인이다.’라고 했다. 

 

또한 옹독건은 ‘중국은 하나의 통일된 다민족 국가로 2개 이상의 다민족 국가가 존재한 적도 있지만, 현재 중국 내에 있는 모든 민족은 대가정의 일원으로 역사상의 전쟁은 집안 내의 싸움에 불과하다’고 함으로써 현재 중국 내의 모든 민족은 물론 비록 역사상에만 존재하고 지금은 사라진 민족이라고 할지라도 자고이래로 중국인이고 그들의 역사는 중국 역사라는 것이다. 

 

더더욱 요즈음은 1981년 「중국 민족 관련사 학술좌담회」에서 담기양(潭其驤)이 주장한, ‘현재의 중국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청나라가 통일을 완성한 뒤 제국주의가 중국을 침입하기 이전인 1750년대부터 1840년대 중국 판도를 중국의 범위를 잡는다’라는 논리가 대세를 이룬다. 이것은 자신들의 역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자신들의 역사로 왜곡한 청나라 영역이 역사상 최대의 판도를 이루었을 때를 중국 역사의 강역으로 삼는다는 것으로, 대만과 몽골의 역사 역시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점진형성설’은 손조민과 손진기 등이 주장하는 설로, 한족 중국의 형성에 대한 시점에 대해 ‘역사상 역대왕조의 강역을 역대 국토의 범위로 삼아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중국 고대사 강역과 소수민족 문제를 처리할 때, 오늘의 시각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토 범위를 표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과거 역사에서는 당시 왕조 강역을 국토 범위로 삼아야 한다. 당시 왕조 밖에 존재한 독립 민족국가를 당시 중국 범위 내에 포함하면 안 되고, 그들이 한족과 융합하거나 한족 왕조에 통일된 후에 그들의 역사가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 된다. 즉, 오늘날의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중국은 긴 역사의 강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 그 이유는 각 왕권의 통치범위가 달라서 역대 영역에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넓은 것은 긴 시간의 역사발전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으로, 각 왕권의 통치범위에 따라서 그 시대의 강역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역사를 바로 보자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역대왕국의 영역이 어쨌든 간에 현재 중국의 영역이 현재의 통치범위라는 것으로, 중국 역사를 보는 관점의 표현만 다를 뿐 자고이래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지배하는 영토의 역사는 모두 중국 역사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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