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대마도의 눈물-일본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에 대해

마나미 기자

| 2023-09-21 11:18:33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
일본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장을 대마도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하자 대마도 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며 심지어는 국제회의장에서조차 일본 정부와 대마도 시장이 충돌하는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희한한 광경을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 한민족이라는 것이다.


먼저 일본 정부는 왜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대마도를 선정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전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1861년 러시아 군함 포사드니크호의 반년에 걸친 대마도 체류사건이다. 러시아가 일본과 통교를 하고 이어서 눈독을 들인 곳은 대마도다.


중국해역함대사령관 리카초프는 해군대장 콘스탄틴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마도는 조선에서 25마일 떨어진 곳으로 아주 우수한 항구로서 선박의 연료로 사용하는 저탄소를 만들 수 있고, 중국 해양으로 진출하는 초병 같은 곳으로 영국이 먼저 점령하기 전에 일부를 점령하거나 조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마도야말로 조선과 일본은 물론 청나라의 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1861년 2월 3일 대마도 아소만의 포구에 선체 수리를 빌미로 러시아 군함 포사드니크호가 정박했다. 그들은 정박한 후에 장교 숙소와 막사, 병원까지 건축하는 등 대마도에 본격적으로 안주하기 위한 시설을 했지만, 그 당시 권력 투쟁에 정신없던 조선 조정은 이런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문제에 뛰어든 것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영국이었다.


영국이 대마도 문제를 협상하려 하자 일본은 영국이 개항을 원하는 효고(兵庫) 대신 대마도를 개항하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대마도를 희생시키려고 했다. 영국은 대마도가 초량의 왜관과 교역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대마도를 개항하면 초량의 왜관도 자연히 개항되는 것으로 알았을 정도로 그 당시의 아시아 정세에 밝지 못했다. 

그래서 이미 국교가 수립 중인 일본 막부와 대마도에 대해 협의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협상하려 하자, 일본은 그 기회에 자신들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조선의 영토인 대마도를 내주려고 한 것이다. 이에 대마도민들이 격분해서 대마도를 서양 오랑캐들의 땅을 만들 수 없다며 들고 일어섰다. 그러자 영국은 스스로 물러서며 영국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을 근거로 러시아에도 압박을 가해서, 러시아도 스스로 퇴항하게 했다.

일본 정부가 대마도를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한 이유는 한마디로 ‘대마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도 반환을 외치던 초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역대 우리 정부는 대마도 문제에 대해서 일절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150여년 전 포사드니크호가 정박할 때의 조선 조정과 달라진 것 하나도 없이 마치 그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이 칼럼 제목으로 사용한 '대마도의 눈물'은 필자가 2017년에 펴낸 장편 소설의 제목으로, 대마도는 일제가 1868년 강점한 우리 한민족의 영토로 반드시 수복해야 할 영토라는 내용이다. 형식은 소설이지만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 「문화영토론에 의한 대마도의 영토권 연구」를 근거로 묘사해서, 문화와 역사를 통해서 조명해 볼 때 대마도가 우리 영토이며, 일제에 강점된 것은 불과 150여년 전 일본 메이지 유신 때의 일로, 대마도가 일제 치하에서 울며 신음할 것을 실증한 소설인데 일제는 기어코 대마도가 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강점된 영토들은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의해서라도 당연히 우리 한민족에게 반환되었어야 할 영토로, 대마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것을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마도가 부산과는 49.5km의 지근거리지만 일본 열도의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까지는 138km나 떨어져 있어서 만일의 경우에도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우리보다는 일본이 훨씬 충분하다는 계산과 함께, 언젠가는 우리 한민족에게 반환해야 할 대마도를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한 것이다.

일본이 핵 오염수 방류를 발표하자 수산 시장 수조의 물을 손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가 홀짝이며 안전하다고 했던 국회의원들이나, 방류를 시작하자마자 우리 수산물을 회로 먹으며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정치인들을 생각하니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방류를 발표만 했으니 수조의 바닷물은 당연히 안전하고, 방류하자마자 우리 근해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니 우리 수산물 회가 안전한 거야 당연하다. 

도대체 그런 계산도 안 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백성들을 바보로 알고 조롱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차라리 안타까웠다. 정말 그런 모습을 보일 거라면, 방류 후 얼마나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 근해에 도달하는지를 밝히고 그때에도 그들이 그렇게 바닷물을 홀짝이고 회를 먹으며 웃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들에게 묻는다. 부산에서 불과 49.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마도를 일본이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대마도가 누구의 영토인지를.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