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중은행, 서민 고혈짜내 퇴직금 10억 지급 합당한가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3-02-13 17:52:58

1년새 금리 배 인상…전세대출 이자 월 0.5~0.7%면 고리대금 수준
은행들 지난해 역대급 이익 나자 성과급에다 희망퇴직자에 ‘돈잔치’
고금리 방관하면 부동산 직격탄 우리경제 신토불이는 건설임을 알아야
▲ 신재영 칼럼니스트.
정부는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과제로 한다면서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은행이자율은 왜 방관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서민 전세대출이자가 월 0.5%~0.7%(신용도에 따라 차등)이면 고리대금업자 수준 아닙니까“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7평형에 전세살이를 하는 김미영 씨(53)는 1년전 전세대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처음 3개월은 월 0.3%의 이자로 큰 부담이 없었으나, 6개월이 지나자 변동금리가 적용됐다며, 월 0.4%로 인상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월 0.56%로 껑충 뛰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월 이자 부담이 월 40만원에서 75만원이 됐다. 1년 사이 이자가 배가까이 오른 셈이다.

김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월 150만원 정도의 수익으로 장애 아들까지 부양하다 보니 이자 내기가 너무 힘겹다며 눈물로 하소연 한다. 은행 고율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세대가 어디 김씨 뿐이겠는가.

서민들의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시중은행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은행들은 성과급 잔치에다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 6억~7억원 씩 지급하고 있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민들 고혈을 짜낸 돈으로 돈찬지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주요 은행들이 지급한 희망퇴직금은 KB국민은행이 3억8200만원, 신한은행 3억4400만원, 우리은행 4억4300만원 등이다. 이 돈은 덤으로 주는 것이며, 여기에 법정퇴직금을 합하면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퇴직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점장급 고참 퇴직자는 1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주요 은행들은 수천억원을 퇴직금 비용으로 지출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금 비용을 반영해 발표했다. 각 은행은 4분기 직원의 희망퇴직 비용으로 1인당 3억4400만원~4억4300만원을 책정했다. 앞서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약 2200명이었다. KB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NH농협 493명, 신한 388명, 우리 349명, 하나 279명 등 순이었다.

4분기 희망퇴직 비용 총액은 KB국민은행이 가장 높은 2725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3억8200만원 수준이다. 1인당 희망퇴직 비용으로 계산했을 때는 우리은행이 평균 4억4300만원 수준으로 제일 많았다. 신한은행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4400만원이었다. 주요 은행 퇴직금은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 수천만원의 학자금·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을 포함 한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 직원으로 구성돼 1인당 평균 금액이 컸다.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신청 대상 직급을 부지점장 이하, 연령은 만 44세로 낮췄기 때문에 1인당 평균 금액이 낮은 편이었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은행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은 은행원이 받는 퇴직금은 희망퇴직금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퇴직할 때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도 수억원에 이른다. 법정 퇴직금은 통상 퇴직 전 3개월 임금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2021년 각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6년이었다.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700만~1억1200만원(월 808만~933만원)이었다.

올해 대상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1967년생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근속연수가 길고 월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법정퇴직금은 3억원을 넘을 수 있다. 이를 희망퇴직금과 합하면 1인당 평균 6억~7억원의 돈을 수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초 주요 은행 퇴직자 중에서도 8억~9억원, 많게는 10억원을 넘는 퇴직금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이 지난해와 비슷한 만큼 올해에도 10억원 안팎의 퇴직금을 받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수억원대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은행의 디지털화를 통한 장기적인 경영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점포 수 축소와 신규 채용 등을 이유로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내부에선 희망퇴직이 정례화하며 일종의 복지제도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 익명의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제도를 은행의 장점 중 하나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오르며 대출 이자 등 국민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은행 외부에선 은행원 퇴직금과 성과급이 늘어나는 것만큼 소비자 서비스 등 혜택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 상승기였던 지난해 은행권은 늘어난 이자 수익을 통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고금리로 인해 신음하는 쪽은 서민뿐만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 않은가. 부동산시장의 한파로 인해 건설경기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건설회사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중소 건설업체는 도산 도미노 현상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문재인 정부가 털어 막아 놓았던 각종 규제를 국민의힘 정부가 다 풀어 놓아도 결과는 백약이 무효다. 종합부동산 과세제도 완화에다 다주택자 중과세. 양도소득세 세율인하, 1세대 1주택자의 일시적 2주택의 경우 보유기간 연장 등 거의 모든 규제를 완화했는데도 주택 미분양이 쌓여가는 이유는 고금리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건설경기가 다 무너지고 나서 급기야 금리 인하를 서두르면 늦다. 우리경제의 신토불이는 반도체가 아니라 건설경기가 으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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