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12・3 계엄과 사람 사는 모습-이 시점에 한마디(Ⅸ)

마나미 기자

| 2024-12-24 20:39:32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12・3 계엄 선포로 인해 추운 날씨만큼이나 여러 가지가 얼어가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정국은 정국대로 탄핵 일색으로 도배를 하고, 정치권의 앞자리에 선 이들이 그래도 백성들에게 미안했던지 여야정협의체인가 무언가를 만든다고 하면서 이 난국을 풀어나갈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그런 정치권을 보면 진작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들만 내세우던 자세를 버리지 못한 그들의 모습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 이상으로 더 들게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권력이라는 방호벽 뒤에서 온갖 특권과 부를 누리던 인간들의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원초적인 삶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마치 블랙 코미디라고 표현해야 마땅할 것 같은 모습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비상계엄 선포의 잘 잘못을 떠나서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사람들의 행태가 정말 꼴불견으로 무엇보다 먼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이번 사태가 내 잘못이라는 사람은 없고 대통령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든가, 대통령의 위법 사항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먼저 들이밀면서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 소위 권력의 핵심이었거나 현재 핵심이라고 알려진 인물들을 보면 오히려 대통령이 불쌍하기조차 하다.

지금 오리발 내밀면서 제 목숨 구하느라 절절매는 저 인간들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손발을 비벼댔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의리라고는 모기 오줌만큼도 없고, 책임지는 자세는 완전 바닥이니, 그런 이들과 국정을 논한 대통령의 인기는 당연히 바닥을 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지금에야 대통령의 인기가 점점 하락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국회의원이라고 어깨에 힘주던 이들 중 무려 12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대통령 탄핵이 얼마나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인지를 알면서도 자기 당의 대통령을 지키기는커녕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얄팍한 수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더욱 그런 행위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던 위치의 사람은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최측근에 두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그동안 삶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그 측근들이 의리가 없는 것인지 도저히 짐작조차 안 된다. 

만일 이런 문제는 의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큰 나무일수록 가지에 새가 많이 모이지만, 그 나무가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세찬 바람만 불어와도, 옆의 웬만한 나무에 앉은 새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데 그 나무에 앉은 새들은 기겁해서 날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격언처럼, 사람 사는 모습의 극 단면을 보여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백성들을 위한 정의감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통해서 내가 가져야 할 표를 먼저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자 이제까지 정부가 하는 일에 시비만 거는 것으로 보이던 야당은 먼저 협치를 제안하며 여야정협의체인지 뭔지 하는 것을 만들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자고 하면서 백성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연일 협박하고 있다. 백성들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필자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국회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이 탄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이야 나중에 비상계엄 때문에 탄핵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검사, 방통위원장, 장관 등등 연일 탄핵 통과와 헌법재판소의 기각이나 보류, 탄핵 가 처분의 인용 등등의 행태는, 곳곳에서 수사와 행정을 마비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간들이 탄핵 이외에는 정말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 다수당의 힘으로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자는 법안을 만들어 행정부가 판단할 문제를 입법부가 좌지우지하려던 것은 물론 사법부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입법을 해서 판사들을 겁박하려던 모습들을 백성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언론은 연일 탄핵에 대한 방송뿐이다. 얼마 전까지 야당 대표가 여러 가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것에 초점을 맞추더니 이제는 야당 대표가 대권이라도 잡을 것처럼 보이는지 그쪽에 잘 보이기 위해서 생난리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백성들의 눈에는 그게 다 보인다. 

마치 사법부의 판단을 여론으로 끌어내려는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과 돈의 시녀라는 항간의 소문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언론인들이 더 잘 알 테니 앞으로는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백성들은 믿고 싶다. 제발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시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사법부가 어떻게 중심을 잡는지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과 합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며 지연되어 정국을 소모전 일색으로 끌고 가는데 일조했던 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재판이 얼마나 속도를 내고 공정하게 선고되느냐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기로라는 생각이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실낱같은 정의나마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사법부가 백성들을 비롯한 언론은 물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진행하는 판단의 속도와 공정성에 달렸다는 것이다.

얼핏 잘 못 생각하면 필자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까지 몰렸다고 판단하고 비상계엄까지 선포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인물들의 행태와 그 반대편에서 백성들의 안위는 나 몰라라 하면서 다수당의 횡포를 저지르던 이들이 때는 이때다 하고 나서서, 진작에 행했다면 나라가 이 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던 것을 뒤늦게 시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서, 사람 사는 모습의 아주 맨 밑바닥을 보는 것 같은 허탈감에서 그저 한마디 주절여 본 것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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