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인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노사 간의 파열음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호(號)가 글로벌 경제의 파고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서늘한 징후다.
지금 세계 경제의 지형은 기업의 성과 배분을 논할 한가로운 시절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단호한 속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들은 단 한 번의 공급 차질에도 즉각적으로 공급망을 이탈시킨다. 냉혹한 시장에서 고객을 잃는다는 것은 매출의 감소를 넘어, 그 기업의 존재 이유가 소멸함을 의미한다. 고객이 떠난 삼성에 분배할 성과란 없으며, 일할 직장 또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는 것은 우리 경제 심장의 박동이 멎는 것과 같다. 이 거대한 엔진이 멈출 때, 그와 핏줄처럼 연결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은 도미노처럼 붕괴할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의 고용 불안과 경제 기반의 증발로 이어진다. 지금의 파업은 기업의 성과를 나누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간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적 행위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주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입하며, 경영자는 기술 패권 전쟁의 최전선에서 초 단위의 결단을 내린다.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아 마땅하나, 기업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과도한 요구는 그 기업을 지탱해 온 투자자의 권리마저 침해한다. 지금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따질 때가 아니라, 거친 대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의 파이를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삼성이라는 엔진이 다시 힘차게 돌아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질주할 수 있다. 경영자는 소신껏 미래의 키를 잡고, 근로자는 자신들의 노동이 국가 경제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의 갈등이 서로를 파멸로 몰아넣는 소모전으로 끝난다면, 그 대가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경제적 재난이 될 것이다.
부디 이 위기를 서로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 결속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배분보다 생존을, 갈등보다 결속을 선택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기업이 무너진 뒤에는 그 어떤 권리도, 그 어떤 성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엔진을 멈추게 하는 행위는 결코 노동의 권리가 될 수 없음을, 이제 노사 양측은 냉혹한 현실의 관점에서 성숙하게 판단해야 한다.
박범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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