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이라고 불린 이 계획은 국토부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2005년 11월 성남시의 일부 공무원들이 개발계획을 유출하고 투기꾼들과 대장동 땅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계획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중단되었을 뿐으로 2008년 대장동 땅 주인들 중 일부는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 민간개발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때 주민들과 함께 대장동 개발을 위해 뛰어든 회사가 ‘씨세븐’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체다. 그리고 LH도 다시 공공개발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총 1805억원을 빌려 개발부지에 속한 땅 주인들로부터 904필지 중 638필지의 ‘토지사용권’을 확보했던 ‘씨세븐’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자문단으로 영입해서 2010년 LH가 공공개발을 철회하도록 13억여원을 들여 정치권에 로비를 했고, LH는 2010년 7월 공공개발을 철회했다.
‘씨세븐’은 당장이라도 무언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바로 2010년 6월 당선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다시 공공개발 추진을 들고나온 것이다. 그리고 2011년에는 저축은행 사태가 터져 저축은행들로부터 빌린 1805억원을 상환해야 했다.
이미 땅 주인 등에게 돈을 써버린 상황이라 ‘씨세븐’ 대표는 정영학과 함께 합류한 김모씨에게 2011년 3월 사업권을 양도했으나, 4개월 뒤인 7월에 김모씨는 남욱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회사 이름을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바꿨고, 정영학이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지분을 가졌다.
이들은 이때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대장동 개발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혹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다. 지금과 같은 대장동 개발 의혹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시는 2011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통한 개발계획’을 고시했으나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오겠다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계획도 진척이 없었다.
당시 성남시 의회 과반을 차지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뒤인 2013년 2월, 성남도개공 설립 계획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당시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출신으로 이재명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도시건설위원회 간사를 역임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에 의해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되어 대장동 개발 관련 TF를 구성해서 운영하던 유동규에 대한 자질론과 대장동 개발 방식 등을 가장 반대하던 최윤길의원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두 명이 입장을 바꿔 찬성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최윤길은 당적을 민주당으로 바꿨고 성남시의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위한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2013년에 시의회를 통과한 이 계획안을 실제로 집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동규는 이미 2012년에 남욱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해서 민관합동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라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의회에서 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민간사업자와 결탁해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동규와 남욱, 정영학을 이어준 것도 최윤길이고 화천대유의 소유주인 김만배를 소개해 준 사람 역시 최윤길이라는 것이다.
김만배가 2010년 이후부터 성남시의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 것을 보아서 최윤길과 김만배, 유동규, 남욱, 정영학 등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인물들이 이때부터 만나게 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 매개체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후에 최윤길이 화천대유 부회장에 선임된 것을 보면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진 멤버들을 이어주는 고리 역할은 최윤길이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중요한 것 중 또 하나는, 2013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유동규가 남욱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당신들 마음대로 다하고 만일 땅 못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는 녹취 파일을 보면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3년부터 이미 민간사업자도 내정되어 있던 것으로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 움직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후 유동규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민간사업자 선정과정부터 준비된 대로 편의를 제공했고, 개발사업은 날개를 달고 거칠 것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남욱의 후배로 변호사인 정민용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유동규가 신설한 전략사업팀에서 공모지침서 작성과 사업협약 체결 등의 실무를 맡는다. 그는 정영학이 설계하여 김만배에게 설명하면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전하고 유동규가 그 사항을 지시하면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기 위한 조항들을 넣고 초과 이익 배분 조항 등을 삭제했다. (제4회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