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실학자 서유구가 꼽은 ‘요긴한 생선’… 살부터 부레까지 버릴 것 없어
■단백질·필수아미노산 풍부…회·전·탕·찜 등 다양한 요리로 즐겨
달력상 여름은 끝을 향하고 있지만, 절기인 처서가 지나면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이른바 ‘처서매직’이 무색하게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양식을 찾는 발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협 제공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들었지만 민어의 맛을 즐기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올해는 초복 전날인 7월 14일, 신안군수협 북부지점 위판량은 약 800kg가량으로 적은 편이었으나 8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점점 위판량이 늘더니 17일에는 8월 최고치인 41t을 기록했으며, 평균 위판가격 또한 초복 전날 6만원 대에서 1만원 대까지 낮아졌다.
달력상 여름은 끝을 향하고 있지만, 절기인 처서가 지나면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이른바 ‘처서매직’이 무색하게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양식을 찾는 발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어는 지방을 가두는 6월부터 7월까지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산란철인 8월부터 9월에도 수컷의 맛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다음 달까지 조업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삼복기간보다 한층 부담을 덜어낸 가격으로 민어를 즐길 수 있다. 국내산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수협쇼핑에서도 주요 산지인 전남 신안에서 어획한 민어를 할인 판매한다.
‘국내산 민어회 300g’은 민어살과 뱃살, 부레로 구성됐으며 60% 할인된 23,500원에 판매 중이다.
▶ “이 물고기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
민어는 오늘날에만 사랑받는 여름 별미가 아니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이 민어를 얼마나 요긴한 생선으로 여겼는지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물고기의 이름과 특징 등을 기록한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에는 민어에 대해 “대체로 바다고기 중에 많은 수요가 있는 것 중에서 이 물고기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고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어는 식재료로서 활용도가 높았다. 머리와 꼬리를 잘라낸 뒤 곳곳으로 내다 팔아 손님 접대나 제삿날 반찬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정약전 역시 『자산어보』에서 민어에 대해 “입과 비늘이 크며 맛이 달다. 익히거나 회로 먹는다.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고 기록했다.
회로 먹고 익혀 먹는 것은 물론 말려서까지 활용했을 정도로 민어는 오래전부터 우리 식생활과 가까운 생선이었다.
▶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
민어의 진가는 살뿐만 아니라 배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민어의 여러 부위 가운데 식도락가들이 별미로 꼽는 ‘부레’다.
부레는 물고기의 몸속에 있는 공기주머니 형태의 기관으로 물속에서 부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민어는 부레가 크고 발달해 있어 옛부터 이를 식재료로도 활용해 왔다.
생으로 썬 민어 부레를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쫀득하고 찰진 식감에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전할 정도로 민어 부레는 별미로 귀하게 여겨졌다. 흥미로운 점은 민어 부레가 식재료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호어명고』에는 “나라 안의 장인들이 사용하는 아교가 모두 이 물고기의 부레”라는 기록도 전한다.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魚膠)’는 접착력이 있어 전통적으로 각종 공예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살은 음식으로 먹고 부레는 별미이자 생활에 필요한 재료로 이용했으니 서유구가 민어를 ‘요긴한 물고기’라고 평가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 회부터 전·탕·찜까지…버릴 것 없는 민어
민어의 또 다른 매력은 한 마리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민어회, 민어전, 민어탕, 민어찜 등 어느 하나 유명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싱싱한 민어는 살을 두툼하게 썰어 회로 즐긴다.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민어살을 도톰하게 썰어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노릇하게 부친 민어전도 별미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도 민어전은 예부터 생선전 가운데 으뜸으로 평가받아 왔다고 소개한다.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 등도 푹 끓여 탕으로 만들면 시원하면서 담백한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민어탕은 최근 청와대 만찬에서도 나왔을 만큼 일상적인 식사에서부터 고급스러운 만찬자리까지 다 어울린다. 예부터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이라는 말이 전할 만큼 민어찜 또한 민어를 활용한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민어를 말려 포로 만들거나 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말린 ‘암치’로 만들어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왔다. 살부터 부레, 머리와 뼈까지 한 마리를 알뜰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어는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생선’인 셈이다.
▶ 단백질부터 필수아미노산까지 듬뿍
민어는 담백한 맛뿐만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민어 100g의 열량은 95kcal로 단백질 19g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1.5g인 고단백 저지방식품이다.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도 100g당 9,331mg 들어있다. 필수아미노산은 체내 단백질 합성을 비롯해 신체 조직을 구성하고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각종 무기질도 함유돼 있다. 민어 100g에는 인 204mg과 칼륨 210mg, 셀레늄 58㎍ 등이 들어 있다. 특히 셀레늄은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이며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점은 민어가 오랜 세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좋은 민어 고르는 법과 보관법
좋은 민어를 고르기 위해서 중요하게 봐야하는 몇가지 특징들이 있다.
민어는 크기에 따라서도 맛에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남 신안에서는 5㎏ 이상은 돼야 민어 특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선도를 확인할 때는 먼저 눈과 몸통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눈이 맑고 투명하며 몸통을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고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 또한 비늘에는 은빛 윤기가 돌고 속살은 은은한 연분홍을 띠는 것, 그리고 비린내가 강하지 않은 것이 신선한 민어라고 할 수 있다.
구매 후 손질한 민어는 1~2일 안에 조리해 먹을 양은 밀폐 용기나 위생 팩에 담아 냉장보관한다. 만약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한 번 먹을 양 만큼 나눠 밀봉해서 냉동보관을 한다.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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