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김경락 기자]전북 고창군이 지역 성장동력으로 조성했던 고수일반산업단지의 기업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월 전북도와 함께 ㈜동우팜투테이블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시기에 기업을 유치한 성과로 인식됐지만 공단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닭고기육가공업체인 동우팜의 입주가 공단이 위치한 고수면 일대에 악취와 수질오염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군은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공론화검증을 제안하고 결과가 부적절할 경우 공장건설 허가를 불허하겠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했지만 개발과 환경 사이의 딜레마에서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우팜 입주와 관련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을 면밀히 되짚어 보고 동우팜 자회사의 동일 사업장을 찾아 실제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지난 24일 9개 언론사로 꾸려진 공동 취재팀은 동우팜입주 반대 주민들의 가장 걱정인 악취와 수질오염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동일업종 사업장인 동우팜 자회사 '부안 참프레 공장'을 직접 찾았다.
▲악취 호소해 악취저감시설 개선
2013년부터 가동됐던 이 공장은 가동 초기 발생한 악취 때문에 근접한 부안군청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호소했다.
외부 벽면이 유리인 탓에 더위에 취약한 부안군청 청사는 여름철 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었다. 당시 부안군을 출입했던 기자들도 수시로 얼굴을 찌푸린 기억이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부안군에서는 참프레의 악취문제에 대한 항구적 해결을 반복적으로 요구했었다. 실제 수년간 악취문제가 부안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할 만큼 심각했다.
심했던 악취는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따라 참프레가 지난해까지 180억원을 들여 수차례에 걸친 시설보강을 통해 개선되기 시작했고 민원도 잦아들었다.
▲위생 및 복지 걱정 ‘NO’
참프레 공장측은 자신 있게 취재진을 만나 공장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간단한 브리핑 후 둘러본 공장 내 각 공정시설은 초현대식이었다. 도축된 닭은 촘촘히 레일에 매달려 자동화된 커팅기를 통해 부위별로 분리됐고 분리된 닭고기는 직원들의 수공을 거쳐 최종 상품화 단계로 향했다.
닭털과 내장 등 사용되지 않는 부위는 또 다른 레일을 타고 렌더링 장소로 향한다. 렌더링은 과거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 시 매립탱크에 담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폐사체를 고온·분쇄한 후 비료로 가공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말한다. 이곳 참프레에서는 렌더링을 거친 닭 부산물이 사료원료로 가공되고 있었다.
각 공정 사이사이 마련된 휴게공간에는 직원들이 음악을 들으며 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가끔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공정실별로 신선도 관리를 위해 일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터라 장시간 근무 중인 직원, 특히 여성직원이라면 체온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공정상 악취 어쩔 수 없어…과거 비해 개선
공장 육가공동을 지나 농장의 닭을 운반하는 생계차량의 입고장으로 향했다. 입고차량이 들어가면 외부공기가 내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으며 살아있는 생계를 입고하는 과정이다 보니 관리원들이 쉬지 않고 물을 뿌리며 청결상태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생계가 입고되는 과정이지만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닭부산물을 고온·분쇄하는 렌더링처리장. 공정 자체가 다소 악취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역시 약간의 악취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사실 이번 취재를 군산 동우팜공장과 타 회사 익산공장에서도 공장 외곽을 돌며 악취를 찾아다녔다. 부안 참프레와 마찬가지로 3곳의 공장 모두 렌더링시설과 가까울수록 악취는 강도 차이는 있지만 분명 발생하고 있었다.
부안 참프레는 분명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참프레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추가 설치한 악취저감시설이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설비의 설치 전과 후가 확연히 달랐고 이를 기점으로 부안군에도 민원발생의 빈도가 뚝 떨어졌다고 한다.
▲방류수, BOD 기준치 절반 수준
다음 찾아간 곳은 폐수처리장이다. 폐수정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부만 남겨 놓고 대부분의 설비를 지하에 설치한 폐수정화시설이다.
동우팜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동우팜에서 발생한 폐수가 영농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하천으로 직방류하는 공장의 하수처리 수준에 따라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부안 참프레에서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1일 4100t을 자체 폐수처리장에서 정화하고 있다.
참프레 관계자는 "참프레에 적용되는 BOD의 법정 기준치가 20ppm인데 이곳에서 1차, 2차 정화과정을 거친 방류수를 BOD 10ppm 이하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BOD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말하며 대표적인 수질오염도 측정치다.
하지만 주민들은 신뢰에 대한 의문 때문에 공장 관계자의 주장이 아닌 실제적 정화수준을 우려하며 궁금해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창군은 사실적 검증을 거쳐 정화능력이 부족할 경우 추가적인 시설설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악취·수질오염, 우려 수준 아냐…가치비중 찾아야 할 때
동우팜 자회사이자 동일업태의 공장인 부안 참프레를 방문하기 전 공동 취재팀은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동우팜의 주장을 다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해 둘러본 결과 "동우팜입주 문제없다"라기 보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준은 확실히 아니라는 것이다.
참푸레 기업보다 고창 모 축사 돈사 악취가 더 심각하다며 이번 기회로 축사와 양만장도 환경청에서 권고하는 악취와 수질을 철저히 감시해주길 바란다고 한 생태환경보전 회원의 말이 귀에 맴돌고 있다.
고창군의 기대효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우팜은 고창 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할 경우 건축 600억원, 설비투자 900억원 등 총 1500억원의 투자와 1000명의 직접고용을 계획하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부가가치를 연 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지역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농가현대화사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양한 사회환원활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참프레 공장이 입주한 부안군의 이장단협의회 김재희 회장은 "분명 우려하는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현재 참프레의 경우 공장 가동 초기 발생했던 악취 수준보다 현재 70~80%까지 잡아진 상태고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또 "좋은 것만 다 얻을 수는 없는 것처럼 약간의 부작용도 있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부안과 달리 고창은 입주 전부터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부터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많아 한편에서는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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