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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 박사(지적학 전공)/작가 |
그리고 청문회가 끝나면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와는 상관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낙마 시키기로 예정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임명을 강행한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서 그래도 끗발 좀 있다는 사람들이나 그 측근들은 법과 도덕에 어긋나는 부당한 일을 해도 굳건히 잘 버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임명을 말든가, 아니면 아예 청문회를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없애지도 않고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백성들에게 정치권이 소유하고 있는 힘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모를 일이다.
더더욱 웃기는 것은 미리 낙마 시킬 사람을 몇 명 정해 놓는가 하면 임명을 흥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야당에서 지명하는 장관을 임명 철회하면 국무총리 인준에 동의해 주겠다는 식의 흥정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서 영 찝찝하다.
그런가 하면 청문회 전에는 모르던 사실이 청문회 중간에 드러나서 백성들 보기에는 저건 아니다 싶은데도 그냥 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한다. 백성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눈높이가 다른 것은 확실하다.
초록은 동색 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기에 서로 다른 초록색이라도 자세히 보면 색이 다른 것 같아 색을 구분하려고 해도 결국 초록색으로 분류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정치인이나 혹은 사회 집단에 적용하면 결코 좋은 말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추구하는 목표나 하는 행동이 다른 것 같아서 선택하거나 지지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결국 그게 그거라는 소리다.
백성들 앞에서는 새롭게 무언가 해 보겠다고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같다는 말이다. 백성을 위한다는 소리는 그저 해본 소리고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던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니 이건 백성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선거를 하기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가 백성들을 존경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다가도, 선거만 끝나면 백성들이 그들을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세상이다 보니 일어나는 불균형이다. 때로는 범죄자가 숨는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하는 불체포 특권 등 각종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고, 세비를 평균 임금에 맞추고 그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도 일일이 따지고 들며, 각종 외유성 해외 순방을 없애도 과연 지금처럼 국회의원 하려고 난리를 칠지 의문이다.
하기야 정책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경제 판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걸 위해서라도 사업하는 이들이나 재벌 하수인들이 벌떼 같이 덤벼들 것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노래를 잘하든 못 하던 그럴듯한 그룹에 들어가 있어서 빠지고, 아비 잘 만나도 빠지고, 이래저래 군에 가야 할 사람은 힘없고 빽 없는 서민들 뿐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모병제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병사 월급 2백만원 시대를 연다는 것이 과연 국방의 의무에 대한 처우인지 궁금하다. 그저 인기몰이를 위한 방편 중 하나는 아닌지 묻고 싶다.
쇠귀에 경 읽기라는 말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이 나라 정치권이 딱 그 꼴이라는 생각이다. 백성들의 목소리가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선거 때만 되면 귀를 열고 눈높이를 낮추고 백성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그리 행동하느라고 바쁘다. 그런데 선거만 끝나면 백성들과 정치권은 소통도 안 되고 눈높이도 다르니 그 이유는 빤하다. 백성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백성들의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표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백성들의 표가 아니라 마음을 읽는 정치인들이 정치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신용우 행정학 박사(지적학 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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