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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따족. 이승민 기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로힝야족 난민 사태로 인해 아웅산 수치 정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미얀마를 최근 찾았다.
대개 미얀마 여행은 양곤 지역의 불탑 관광과 더불어 그림처럼 펼쳐진 인레호수 마을 '낭쉐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이 짜여진다.
이번에 기자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인타족이 사는 인레호수다. 인레호수에 가려면 양곤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헤호 공항에 내려 육로를 이용해 낭쉐 선착장에 도착해야 한다. 기자는 헤호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인레호수는 해발 880m 산정에 남북으로 22km, 동서로 11km에 이르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우기에는 약 1.5배 정도 늘어나 남북의 길이가 최대 33km에 이를 정도다. 산 위에 바다라고 불리는 이 호수 위에는 20여개의 수상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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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에서 한 발로 노를 저어가며 고기를 잡는 인따족 어부들. |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에 들어서면 한 발로 노를 저으며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의 어부들을 먼저 만난다. 잔잔한 호수엔 푸른 하늘이 내려와 앉아 있고 배는 구름사이를 지나간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밍글라바 !"
'밍글라바'는 '안녕하세요'처럼 쓰이는 미얀마 말로 '축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연 선크림 타나까(thana ka)를 양 뺨에 바른 원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에게도 생글생글 인사를 한다. ‘호수의 아들’로 불리는 인타족은 수심이 낮은 호수 바닥에 기둥나무를 박고, 그 기둥을 주춧돌 삼아 물 위에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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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족은 수심이 낮은 호수 바닥에 기둥나무를 박고, 그 기둥을 주춧돌 삼아 물 위에 집을 짓는다. |
이들의 교통수단은 오직 배이다. 집집마다 배가 있고 집과 집 사잇길로 사람과 물건을 실은 배들이 다닌다. 인타족은 이 안락한 호수를 보금자리 삼아 학교, 병원, 농장, 식당, 공장 등을 물 위에 지어 육지와 똑같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조상이 호수에서 태어났고 또 후손을 이어가는 인레호의 사람들에게는 땅과 다름없는 삶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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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따족 소녀가 수초 사이로 배를 저어 집으로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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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가옥에서 우산을 만들고 있다. |
이 호수에는 물 위에 떠서 살아가는 수초(부레옥잠)가 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이 수초들은 수중 위로는 두 뼘 정도 자라지만 수중 밑으로는 1미터 이상 뿌리를 내려가면서 또다시 수백개의 잔뿌리를 뻗어 중금속과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산소를 내어준다. 그 정화 능력이 탁월해 이 호수의 물은 항상 맑고 깨끗함을 유지한다.
인타족의 농사법은 특이하다. 호수 밑바닥에 사는 수중 미역을 건져 올려 수초 위에 평평하게 펼치고 그 위에 진흙을 발라 밭을 만든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그들만의 농사법으로 토마토, 오이, 감자, 고추, 양파 등의 농작물을 재배한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만달레이, 양곤 등 큰 도시로 유통된다. 특히 연잎 줄기에서 연실을 뽑아 만든 천은 미얀마 각지에서 고가에 거래될 만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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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 있는 수상호텔. |
인타족은 물 위에 식당과 호텔도 지어 관광객을 맞이한다. 우산, 면직, 귀금속, 농기구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면서 저마다의 삶의 방식으로 물 위에서 살아간다.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날은 장날이다. 호수 주변에 사는 육지의 종족과 호수 위의 종족이 만나는 5일장이다. 산속에 사는 종족은 육지에서 키운 농산물을 가지고 나오고 인타족은 호수에서 생산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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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마늘을 비닐종이에 담아 저울로 달고 있다. |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자기들만의 생활방식대로 살다가 저마다의 상품을 가지고 장터에서 만난다.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호수 사람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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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할머니와 딸이 빵을 만들어 바나나 잎에 올려 놓고 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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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따족 마을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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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가에 파파야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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