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일본에서는 왕을 신으로 떠받드니, 왕의 막냇동생 역시 신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주라는 험지에서도 세균을 이용한 인체실험을 하는 위험지역에 근무하도록 했다는 것만 보아도, 731부대에 대한 히로히토의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한편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그가 좌지우지했을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 당시 일본의 인력 중에서는 초호화 연구진으로 구성된 731부대가 만주 중에서도 간도의 하얼빈에 자리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실험 대상인 사람을 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만주국 설립 당시 오족협화를 내세웠듯이 만주에는 우리 한민족 이외에도 일본인.한족.만주족.몽골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으니 다양한 실험 대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일본인만 제외하고 불특정 다수를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실험 도구로 삼았다.
그런데 그 당시 731부대가 있던 하얼빈 주민의 80%가량이 우리 한민족이었으니 가장 큰 피해를 본 민족은 우리 한민족이다. 지금은 중국이 만주를 강점하고 자국민이 731부대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하지만 그것 역시 왜곡된 사실이다. 하얼빈은 우리 한민족의 영토였으며 가장 큰 피해자 역시 우리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자칫 실수로 세균이 유출되어도 일본인에게는 큰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하얼빈에 와 있는 일본인이라야 고작 헤아릴 정도이니 사고가 생겨도 일본인에게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잘못돼도 일본인 이외의 민족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다.
731부대에서 행해진 만행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실험 도구로 쓰이는 사람을 통나무라는 의미로 ‘마루타(まるた)’라 불렀으니 얼마나 잔인했을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출혈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수용자의 팔다리를 강제로 절단하였고, 절단된 팔이나 다리를 수용자의 반대편에 다시 봉합하는 실험 또한 진행되었다. 남녀의 성기를 바꿔 달아 성전환이 되는지를 실험했다. 사람을 통째로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고 인간의 70%가 물이라는 결론을 내리는가 하면 영하 50도에서 몇 분이 지나면 죽는지에 대한 실험도 했다.
전쟁 중에 자국 군인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될 성병 실험을 위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간을 자행한 것은 물론 임질과 매독 실험을, 그것도 자신들이 강간하는 바람에 임신한 여인에게도 무차별하게 자행했다. 의사가 강간해서 임신한 여인의 뱃속 태아를 강제로 꺼내 성장을 관찰한다고 생으로 죽이기도 했다. 생리식염수 대용품을 연구한다고 바닷물을 생리식염수 대신 주입하기도 했다. 실험 대상은 성인 남녀뿐 아니라 아동이나 영아도 포함하는 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참혹한 인간 이하의 실험들이 자행되었다.
1945년 8월 8일 소련이 대일 선전포고와 함께 만주에 진군하자 일본은 공병대를 동원해서 731부대 해체작업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마루타라고 불리던 실험 대상인 사람들을 모두 죽여 없앤다. 이미 실험 중이거나 실험이 끝난 시신은 물론 보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아직 실험을 시작하지 않은 살아 있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죽였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물은 이미 미국과 밀약을 맺은 대로 미국의 손에 넘겨주고 뒤늦게 들이닥친 소련은 빈손이었다.
만주의 관동군 무장해제를 위해 소련이 진군했지만, 731부대 중심에 있던 흉악범들은 미국이 체포하고 실험의 결과물 역시 미국이 입수한 것이다. 그 대가로 731부대 설립 칙령을 내리고 막냇동생을 파견하여 친정함으로써, 잔혹한 행위를 진두지휘한 일왕 히로히토와 미군에 의해 체포된 25명은 모두 전범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사면을 받았다.
그리고 중심에 섰던 25명 이외에 소련군이나 중국에 의해 체포된 25명만 처벌을 받았다.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이나 그 잔혹한 범죄에 대한 대가를 받고 전범에서 제외하여 처벌을 면하게 한 연합국이나 인류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지은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